[우리 아이 코 건강 <1>] 코막힘 방치하면 주걱턱 될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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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잦은 황사 때문일까, 아니면 바이러스 탓일까. 최근 호흡기 질환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영·유아가 늘었다.

 얼마 전 두 살 아이와 엄마가 병원을 찾았다. 아이는 코가 막혀 호흡하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였다. 한눈에 봐도 숨쉬기가 버거워 보였다. 엄마에게 증상을 물어보았지만 아이의 코가 콱 막히게 된 원인과 방치했을 때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은 잘 모르고 있었다.

 코가 막히는 1차 원인은 단순하다. 콧물·코딱지 같은 분비물이 많기 때문이다. 콧물은 아이의 코에 이상이 생겼다는 1차 신호다. 콧물은 코에 이물질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방어작용으로 만들어진다. 코가 건조해지면서 점액 형태로 흐르는 콧물이 굳어 코가 막히고 호흡을 어렵게 한다.

 아이 코막힘은 코질환이 있어도 나타난다. 알레르기성비염·부비동염(축농증)·감기 같은 질환이 코막힘을 야기한다. 콧물이 나오면서 코의 점막이 붓고 막혀 들숨과 날숨이 힘들어진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콧속이 점차 좁아지고, 여기에 코딱지가 쌓이면 아이의 작은 코는 꽉 막혀 기능을 상실한다. 체질에 따라 코가 늘 막혀있거나 때때로 막히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코막힘을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코막힘은 성장에 필수조건인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한다. 고른 영양섭취와도 직결된다. 호흡이 원활하지 않으면 자주 잠에서 깬다. 집중력도 감퇴해 학업 성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후각이 떨어지면 식욕부진도 발생한다.

 코막힘은 구강질환과 얼굴 생김새에도 영향을 주므로 영·유아의 코막힘은 세심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 코 대신 입으로 호흡하면 입안에 염증을 일으키고 구강건조증으로 입냄새(구취)가 심해진다. 심지어 턱이 앞으로 나오는 일명 ‘주걱턱’이 될 수 있어 인상에도 영향을 준다. 코막힘을 방치하는 것은 아이의 건강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아이의 코막힘을 줄이기 위해 우선 생활환경을 개선해 보자.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게 한다. 황사처럼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실내에서 키우는 애완동물과 카펫처럼 털이 날리는 제품에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있다.

 0세부터 사용할 수 있는 영·유아 전용 코 스프레이 제품(제품명 ‘오트리잘’ 등)을 휴대해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1회에 적정량이 분무돼 아이가 놀라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코안에 식염수가 들어가 분비물을 부드럽게 만들고,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수유 시 아이 코가 막혀 있거나, 심한 코막힘 증상을 보일 때 콧속에 살짝 뿌려주면 증상이 완화된다.

한양대의료원 소아과 오재원 교수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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