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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전파 쏴 드럼통 위치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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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한미군이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캠프 캐럴 기지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국내외 증언이 잇따르면서 고엽제로 인해 주변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됐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지 외부에 대한 긴급 조사부터 착수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24일께 기지 외곽의 토양과 지하수를 채취해 고엽제 성분 여부를 분석할 계획이지만 결과는 다음 달 초는 돼야 나올 전망이다. 환경부 송재용 상하수도정책관은 “조사 결과를 얻는 데 적어도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긴급 조사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지하수가 다이옥신의 일종인 TCDD(Tetrachlorodibenzodioxin)에 오염됐는지 여부다. 월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 즉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는 ‘2,4-D’와 ‘2,4,5-T’라는 두 가지 제초제 성분이 1대1로 들어 있다. 제초제가 주성분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TCDD가 불순물로 들어갔다. 문제는 TCDD가 다이옥신을 구성하는 75가지 성분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이라는 점이다. 청산가리의 1만 배 독성을 지니고 있어 암과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긴급 조사에서 오염이 확인되면 환경부는 주민들이 지하수를 마시지 않도록 하고, 확인된 오염지역을 중심으로 관측정을 뚫는 등 정밀 조사에 들어가게 된다. 또 오염된 지하수가 2㎞ 이상 떨어진 낙동강으로 유입됐는지도 조사하게 된다.

 한편 기지 내 매몰지에 대한 공동조사는 물리탐사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땅속으로 전파를 발사하거나 전기를 흘려 고엽제가 들어있는 드럼통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드럼통의 위치가 확인되면 조심스럽게 흙을 걷어낸 뒤 드럼통의 부식 상태와 고엽제 누출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제주대 한정상 석좌교수는 “일반적으로 철제 드럼통은 땅속에서 10년 정도 지나면 부식된다”며 “고엽제가 누출됐다 해도 다이옥신 성분은 토양에 잘 흡착되기 때문에 멀리까지 확산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드럼통 속의 고엽제 처리방법으로 고온 소각을 제시한다. 국내에서도 변압기 절연제로 사용된 발암물질인 PCB(폴리염화비페닐)를 고온 소각처리하고 있는 만큼 섭씨 1100~1200도의 고온에서 고엽제를 태우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식으로 고엽제가 누출됐다면 드럼통 주변의 토양도 정화해야 한다.

 한정상 교수는 “오염된 범위가 적다면 차수벽으로 차단한 다음 오염된 토양을 걷어내 처리하고, 오염된 범위가 넓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현장을 그대로 둔 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10년 이상 걸린다. 흙을 걷어내 처리하는 것보다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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