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 넘지 못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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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의 공개 경연을 지켜보고 있는 관객과 심사위원 멘토들(왼쪽부터 방시혁·이은미·신승훈·김태원·김윤아). 생방송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선 시청자의 참여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6개월 여 여정을 거쳐온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이 지난 20일 결승 진출자를 가려냈다. 백청강·이태권 둘 중 우승자는 27일 최종 25회에서 가려진다. 20일 방송은 시청률 21.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로 그날 총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위탄’의 체감 시청률은 이에 못 미친다. 경연자의 탈락·진출을 가늠하는 시청자의 문자투표가 뒷받침한다. 톱3가 겨룬 20일 수신된 문자 콜(call) 수는 70여 만 건. 지난해 케이블채널 엠넷(Mnet)의 ‘슈퍼스타K 2’(이하 ‘슈스케 2’)의 준결승전 콜 수(약 80만 건)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위탄’ 자체로도 하향 정체 상태다.

 ◆따로 노는 문자투표=‘위탄’은 톱12가 경연한 생방송 1회(4월8일) 콜 수가 170여 만 건으로 ‘슈스케 2’의 결승전(147만 건)을 뛰어넘었다. 시청률도 22.8%로 이때가 자체 최고다. 이후 시청률은 20% 안팎을 유지했지만 콜 수가 확 줄었다. 톱10과 톱8 때 각각 129만 건이었고 톱6 때 81만 건으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추세는 ‘슈스케 2’와 대조적이다. 톱11의 생방송 1회 때 30만 건에 불과했던 콜 수는 2회차 70만 건으로 뛰더니 결승전까지 폭증했다. 시청률도 문자투표와 비례해서 늘었다.

 기성가수들의 오페라 경연으로 화제가 된 tvN ‘오페라스타’도 마찬가지다. tvN 측에 따르면 생방송 1회 콜 수를 100으로 봤을 때 최종회는 388로 늘었다. 탈락자가 발생해 출연자는 계속 줄어들어도 시청자와 문자투표는 동반 증가해 간 것이다.

 ◆스타 메이킹이 관건=시청자 투표로 우승자를 결정하는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문자 참여도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심사위원 점수보다 시청자 투표 비율이 높은 것은 이들 오디션의 ‘룰(rule)의 일부’다. TV를 ‘늘어져서 보는(Lean Back)’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보는(Lean Forward)’ 시청자가 우위에 있다. 게다가 투표엔 건당 100원의 정보이용료가 든다. 100원은 즉흥적인 감정 쏠림을 넘어 향후 음반·음원 등의 구매 의지를 암시한다. 내 돈을 쓰면서 스타로 만들겠다는 일종의 팬덤 문화(fandom·스타에게 적극적인 애정을 표현하고 소비를 통해 즐기는 문화현상)인 셈이다.

 ‘슈스케 2’의 문자투표 흐름이 대표적이다. 각 출연자의 캐릭터가 부각되면서 개별 팬카페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 안에서 투표 독려 현상이 나타났다. 지지 후보가 떨어지면 유사 캐릭터로 옮겨가면서 몰아주기 투표가 이어졌다.

 반면 ‘위탄’의 문자투표는 멘토 김태원의 멘티들을 집단적으로 밀어줄 때 가장 적극적이었다. 개별 후보 대결이 되면서 투표에 방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누가 되든 상관 없다’는 심리다. 스타 멘토 중심의 ‘멘토제’가 처음엔 이목을 끄는 데 기여했지만 출연자들을 ‘스타 메이킹’ 하는 데 독이 됐고, 결과적으로 ‘100원’을 끌어내는 데 실패한 셈이다.

 ◆100원 어디에 쓰이나=지난 20일까지 ‘위탄’의 누적 콜 수는 670만 여건. 27일 최종회까지 합치면 750만~800만 건에 이른다. 문자투표 수익만 8억원 가까운 셈이다. ‘슈스케’는 문자수익 총 매출 가운데 통신사(30%), 중간 업체(35%) 몫을 제외한 방송사 몫 35% 전액을 ‘CJ도너스 캠프’를 통해 사회 기부한다고 밝혔다. ‘위탄’은 문자투표 때 매출 부분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가운데 수익 일부를 제작비에 보전하고 일부를 기부한다는 입장이다. ‘투표수익’의 공익성을 명시하지 않은 것도 ‘100원’ 동참을 꺼리게 한 것으로 보인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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