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세 차례 중국 방문, 김정일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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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장 호텔 나서는 김정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8월에 이어 9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이 20일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의 홀리데이인 호텔을 나서고 있다. 후계자 김정은의 동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교도통신=연합뉴스]

김정일(69) 북한 국방위원장이 20일 오전 열차편으로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에 도착해 중국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해 5월과 8월에 이은 것으로 1년 사이 세 차례나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목적과 배경이 주목된다.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27)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동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일과 수행원을 태운 전용열차가 투먼과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牧丹江)을 거쳐 하얼빈(哈爾濱)에 도착했으며 그 곳 타이양다오(太陽島) 영빈관에서 여장을 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70여 명의 북한 공식 수행원 명단에 김정은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러나 비공개리에 수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등장한 김정은에게 중국 지도부가 공식 초청 의사를 전했고, 실제 구체적인 중국 방문 준비 징후가 있어 단독 방중 가능성을 높게 봤으나 이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 남양과 중국 투먼을 잇는 철교 주변과 시내에는 공안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은 중국 동북 3성 도시나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행선지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8월에 이어 이번에도 동북 3성 소재 김일성의 항일 혁명활동 유적지를 둘러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창춘·지린·투먼을 연결하는 중국의 창지투(長吉圖)개발 계획 현장을 비롯해 개혁·개방의 현장을 둘러보고 북·중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톈진(天津)·상하이(上海)·광둥(廣東)성을 깜짝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정일은 이번 방중을 통해 북·중 결속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중국에 식량을 비롯한 경제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계체제에 대한 중국의 지지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중에 앞서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경호를 책임지는 호위총국 요원 20여 명이 이달 초 베이징을 비밀리에 다녀가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이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았다. <중앙일보>5월 6일자 1면>

서울=이영종 기자,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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