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감동’ 이 넘치는 논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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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4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친 장병이 부모에게 카네이션 브로치를 달아 주고 있다. 카네이션 브로치는 훈련소 내 제76군사우체국이 무료로 지원했다. [뉴시스]


13년 만에 가족면회가 부활한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

4일 첫 면회를 시작으로 18일에도 면회가 마련됐다. 18일은 28연대 1528명의 장병이 훈련을 마치고 계급장을 다는 날. 면회소에서는 부모들이 아들의 군복에 계급장을 달아주는 모습 외에도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군복을 입은 아들이 부모님의 가슴에 카네이션 브로치를 달아주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된 것. 장병들은 어버이 날이었던 지난 8일 부모님을 뵙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정성스럽게 카네이션을 단 뒤 거수경례를 했다.

부모들은 늠름하게 변한 아들을 보며 “매년 받는 카네이션인데 이번엔 감동이 더 크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장병은 “스무살을 넘기고 나서는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지 못했는데 오늘에서야 효도를 하게 됐다”며 “이제 시작이지만 부모님께서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군복무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행사를 준비한 것은 훈련소 내 제76군사우체국. 한연호(45) 국장은 가족면회가 부활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체국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처음엔 장병들이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감사의 선물을 보내는 방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비용(1만~2만원)이 부담이 되고 감동이 덜하다는 판단에 따라 카네이션 브로치로 대체했다.

특히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이 모처럼 모인다는 점을 고려했다. 첫 면회를 위해 준비한 물량은 2000여 개. 1개당 가격은 1500원. 구입비용 300여 만원은 우체국이 부담했다.

한 국장은 “1500원으로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벤트를 기획했다”며 “카네이션을 달고 환하게 웃는 부모님들을 보고 ‘추진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육군훈련소는 첫 면회 때 카네이션 이벤트 반응이 뜨겁자 연중 행사로 추진키로 했다. 김정호 육군훈련소장은 최근 열린 지휘관 회의에서 “작은 선물이 오히려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며 “장병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카네이션은 각 부대별로 장병들의 신청을 받아 우체국이 구매를 대행해준다. 시중에서 2000~3000원 정도지만 대량구매를 통해 절반 가량인 1500원으로 단가를 낮췄다. 첫 면회 때는 구입 비용을 군사우체국이 지원했지만 11일부터는 장병들이 개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비용은 장병별로 지급되는 나라사랑카드(급여)를 통해 퇴소식에 맞춰 결제한다.

 육군훈련소 유철상 정훈공보참모는 “면회를 온 부모님들이 아들이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받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며 “장병들이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깨닫고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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