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LH 놓친 후유증에 전북혁신도시 ‘반쪽’될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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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LH 전북 일괄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한나라당 전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정운천 전 장관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사죄의 의미로 호남제일문 앞에 마련한 함거(죄수를 이송하기 위해 수레 위에 만든 감옥)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경남으로 일괄이전키로 함에 따라 전북혁신도시 사업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직원·세수 등 측면에서 LH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반쪽 혁신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H가 전북혁신도시에서 차지하는 면적(13만㎡)은 전체의 1.8%에 불과하지만, 본사근무 직원만도 1500여명이나 돼 혁신도시 이주 전체기관 예상인원의 30%를 넘는다. 또 LH의 연간 지방세는 204억 원으로 전체 기관 세수(214억)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LH의 경남 일괄이전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내세우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외에 2∼3개의 공공기관을 전북혁신도시에 추가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종엽 전북혁신도시추진단장은 “LH없는 전북혁신도시는 빈 껍데기나 다름없어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없다. LH의 분산배치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못 박았다.

 입주 예정 이전기관들의 사업비 마련도 지지부진 하다. LH 외에 11개 국가·공공 기관은 당초 내년 말까지 전북혁신도시에 사옥을 짓고, 2013년 초까지 입주할 계획이었다.

 이들 이주기관의 신청사 부지매입비·건축비는 농촌진흥청 등 6개 국가기관이 2조 1200억원, 나머지 5개 공공기관은 7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이 올해까지 확보한 예산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서울·수도권에 있는 부지·건물의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부지 계약만 체결한 채 청사 착공을 차일피일 미루는 있는 실정이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키로 한 기관들이 부지를 매입한 상태이지만, 서울 등에 있는 본사 사옥을 매각하지 못해 당초 계획했던 내년 완공은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혁신도시의 중추기관이라 할 수 있는 LH의 경남 일괄이전을 무효화하기 위해 헌법소원·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 법적 투쟁을 전개하고, 그래도 분산배치가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전북혁신도시를 정부에 반납하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전북혁신도시= 2012년까지 전주시 만성동·완주군 이서면 일대에 990만㎡ 규모로 조성한다. 현재 공정률은 50%가 진행된 상태다. 농촌진흥청과 농업과학원·원예특작과학원·식량과학원·축산과학원·한국농수산대학 등 5개 산하기관, 지방행정 연수원·대한지적공사·한국전기안전공사·한국식품연구원·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등 11개 기관의 이전이 확정된 상태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고, 전체 분양률은 9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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