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본인외 사용은 중대과실 … 위조카드 사용 책임은 카드사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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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임은애
금융감독원 조사역

김모(42)씨는 어느 날 새벽 5시쯤 카드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미국에서 600만원가량의 신용카드 사용 승인이 됐는데, 본인이 쓴 게 맞느냐는 전화였다. 이 카드는 김씨가 아버지에게 의료비·생활비 사용 목적으로 드린 것이었지만 아버지는 미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이상하다고 느낀 김씨는 신용카드와 여권을 가지고 은행을 방문해 사고신고를 했다.

 그런데 한 달 뒤 카드사는 보상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김씨 명의 카드를 아버지가 사용하게 했으므로 관리 소홀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카드를 사용하게 한 것과 카드가 부정으로 사용된 것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김씨는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위조된 신용카드의 사용으로 인한 책임은 카드회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지 않은 한 원칙적으로 카드회사에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는 양도할 수 없다. 신용카드의 양도는 ‘카드회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분류된다. 신용카드 개인회원 약관에서는 ‘본인 이외의 배우자, 가족 등 다른 사람이 카드를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회원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씨는 아버지에게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했으므로 위조된 신용카드 결제 금액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이에 대해 “김씨가 아버지에게 신용카드를 교부하여 사용케 하는 등 카드 관리를 소홀히 한 측면은 있으나 위조카드 사용에 따른 책임을 김씨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사고 발생 당일 김씨와 김씨의 아버지가 해외에 출국한 사실이 없는 데다 신용카드의 위·변조에 따른 책임은 원칙적으로 신용카드회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카드의 위조와 부정 사용이 김씨의 아버지가 카드를 소지·사용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위원회가 김씨의 손을 들어준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간의 금융분쟁을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문의(국번 없이 1332).

임은애 금융감독원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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