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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들 '힘모으기'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서 활동 중인 미국.일본.유럽 등 외국 기업들이 영향력과 함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쓰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주한미상의(AMCHAM).EU상의(EUCCK)등 해당 지역의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한 활동 외에도 ▶다국적 업종 전문단체 설립▶국적이 다른 기업과의 공동 전선구축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샤넬.로레알.크리스찬 디오르 등 20개 유럽계 화장품 회사들은 다음달 EU상공회의소 산하 '화장품위원회' 를 다른 나라 화장품 업체에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이 위원회는 수입 화장품에 대한 관세 인하와 판로 확대 등을 위해 조직한 것으로 그동안 유럽지역 업체들만 회원으로 활동해왔다.

EU상의 관계자는 "미국.일본을 포함한 1백50여개의 수입 화장품 업체를 정식 회원으로 참여시켜 공동 보조를 취할 계획" 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가 확대.개편되면 국적을 초월해 업계의 이익을 추구하고 정책 개선을 건의하는 사실상 국내 최초의 '다국적업종협회' 가 될 전망이다.

EU상의의 이같은 문호개방 결정은 기존 위원회로는 지역적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국 화장품 업체의 회원가입 문제 등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한국의 화장품 관련 업체.단체와의 힘겨루기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상의는 화장품 외에도 비슷한 현안을 안고 있는 수입차 등 다른 위원회도 같은 방식으로 문호를 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구성된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수입차만 참여하는 '2000 수입 자동차 모터쇼' 를 오는 5월 5~10일 서울 삼성동 무역전시관(COEX)에서 연다.

이번 행사에는 아우디.BMW.다임러 크라이슬러.포드.GM.혼다.사브.미쓰비시.아우디폴크스바겐.볼보 등 17개 완성차 업체가 참여한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업체끼리 뭉쳐 모터쇼를 따로 여는 것은 처음이다.

수입차협회는 지난해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주최로 열린 서울 모터쇼에서 '위치가 불리한 2.3층 행사장에 부스가 마련되고 참가비용도 국내 업체보다 더 내는 것은 부당하다' 며 행사 참가를 거부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것을 계기로 그동안 차별 대우를 받아온 수입차 업계의 단결력을 과시하는 자리로 활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까지도 수입차협회는 회원 수가 9개 업체였지만, 이달 미쓰비시 자동차가 새로 가입하고 협회를 탈퇴했던 아우디 폴크스바겐사도 재가입할 움직임이어서 세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입차협회는 대우.삼성.쌍용자동차 등 국내 메이커가 외국업체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14개 자동차 부품업체의 주인이 외국 기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외국 자동차 업계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협회 관계자는 "수입차협회를 중심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완성차 업체와 외국 자동차 부품사 등과 연계한 외국 자동차 업계 단체 구성을 모색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수입 의약품의 국내 병원 유통 문제를 놓고 국내 약품 유통업체 및 협회와 마찰을 빚어온 34개 다국적 제약회사는 지난해 한국연구개발중심제약산업협회(KRPIA)라는 외국 제약업체만의 업종 단체를 설립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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