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위부 “우린 인상 좋아요“ 웃지 못할 촌극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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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십시오. 보위부 위원의 인상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보위원의 인상이 좋으면 인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보위원의 인상이 나쁘면 인민들은 마음의 빗장을 지릅니다. 인민의 아들딸인 보위원이 인상이 나빠서야 되겠습니까?”

최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예술선전대가 조선중앙TV를 통해 선보인 ‘인상문제’ 촌극의 한 장면이다.

주민들에게 ‘폭압 기관’이라고 불리는 보위부가 부처 내 예술선전대를 통해 이런 촌극을 벌인 이유가 뭘까. 보위부의 악독한 이미지를 순화시키고 강화된 단속 과정에서 생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촌극의 배경에 김정은이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인상문제’를 방영한 것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김정은이 보위부 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3대 세습을 강행하는 김정은의 성품을 ‘인자하고 자상하고 푸근하게’ 보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주민 달래기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보위부는 지난해 말 감시체계를 ‘5호담당제’에서 ‘3호담당제’로 바꿨다. 이는 보위부가 둔 비밀정보원 규모를 주민 5명 중 1명에서 3명 중 1명으로 넓힌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탈북자 색출 등 주민 감시 기능이 강화됐다. 이 과정에서 ‘보위부=공포’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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