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민체전 48년 만에 존폐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48년간 이어오던 천안시민체전이 존폐기로에 섰다. 저조한 시민참여율, 식상한 프로그램 등으로 지적을 받아왔던 시민체전이 다시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 말 천안시의회가 올해 체전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천안시체육회는 추경예산 편성이란 ‘벼랑끝’에서 ‘예산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김정규 기자

“체질개선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

존폐 위기에 놓인 천안시민체전을 두고 천안시의회와 체육계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시민체전 모습. [사진=천안시청 제공]

천안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제143회 4차 본회의에서 시민체전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시민체전이 예산낭비적 요소가 강하고 시민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지적하며 격년제 또는 종목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간 시민체전 소요 예산을 보면 읍면동 지원예산이 체전 전체 예산의 70%이상이다. 이중 단체복과 식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실례로 제46회 체전에서 A동의 경우 1820만원의 예산 중 1098만원을 유니폼 구입비에 사용했다. 상의 270벌, 하의 70벌, 모자 80개를 구입한 금액이다.

 다음으로 식당운영비 450만원이 쓰였고, 참가 선수 지원금으로 320만원을 지출했다.

 상해보험 가입, 음료수 구입, 응원도구 비용 및 이벤트 관계자 출연료 등 부족한 부분은 지역 기업가 등의 후원으로 채워졌다. 다른 동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와 함께 시민들의 저조한 참여 등을 들어 의회는 본질적인 체질개선, 읍·면·동별 체육대회와 시민체전 격년제 운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시민체전 체질개선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 전종한 의원은 “시민체전 예산삭감은 의회로서도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개선안을 급조해서 만들지 말고 내년 예산 수립 전에 지역사회의 여론을 모아서 시민체전 본연의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전 역사는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시체육회의 의지 또한 분명하다. 천안시체육회는 다음 달 열리는 2011년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서 전액 삭감된 시민체전예산 7억2000만원을 되살리길 바라고 있다.

 48년을 이어온 시민체전 중단을 막기 위해 절박한 심정이다.

 시의회가 개선안으로 제시한 ‘격년제’운영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회운영, 연속성 등을 ‘격년제 개선안’의 문제점으로 꼽는다.

 대신 시민체전 운영방안 개선대책으로 여성, 노인, 다문화가정 등 상대적 소외계층의 참여 확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종목별로 11개 경기종목 가운데 여성대회가 없는 종목 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천안시 입장도 곤혹스럽다. 천안시장이 시 체육회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시민체전이 갈등에 이어 표류하면 집행부로서 시정운영능력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의회와 체육계가 정면충돌할 경우 추경예산안 심사 전체로 영향이 미칠 우려가 커 사전조율과 중재자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48년간 진행해온 천안스포츠의 역사성이 있고, 천안시민체전은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 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며 “읍·면·동 체육대회가 8곳에서만 열리는 데 나머지 20개 지역을 배제하고 격년제로 운영한다는 것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천안시민이 한번에 모일 수 있는 날은 그날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 특별한 대안을 마련하진 못했지만, 체육계·시의회 등과 협의해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로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혔다.

천안시민체전=지난해 천안종합운동장 등에서 48회가 치러졌다. 읍·면·동 대항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식 10개, 번외 3개 등 모두 13개 종목이 각 종목별 경기장에서 진행됐다. 과도한 경쟁을 예방하기 위해 종합순위를 가리지 않고 종목별로 시항한다. 입장인원도 50명 이내로 제한했다. 대회 종목은 육상(남·여 100m, 400m릴레이, 남자 5000m), 축구, 씨름, 배구, 테니스, 줄다리기, 배드민턴, 게이트볼, 볼링, 족구 등이다. 번외경기로는 장애인 휠체어 경기(남여 400m), 팔씨름, 소방호스 메고 이어달리기 등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