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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재매각 놓고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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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左),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右)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민영화를 놓고 정면 충돌했다.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는 산은지주와 독자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이 벌이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우리금융 재매각의 공이 울리기도 전에 치열한 논리와 감정 싸움부터 벌이고 있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공적자금위원회를 열고 예금보험공사 소유의 우리금융 지분 매각 방안을 결정한다.

 먼저 공세에 나선 건 산은지주다. 산은지주는 15일 ‘주요 쟁점 사안 분석’이란 내부자료를 언론에 공개하고 우리금융 인수의 당위성을 밝혔다. “정부 소유인 산은과 우리금융이 결합하면 ‘동시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란 논리를 세웠다.

 자료에 따르면 산은지주는 유보금과 배당금, 전환사채, 우선주 발행 등으로 현금을 조달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 “자체 조달한 현금으로 주식을 인수하기 때문에 정부로선 우리금융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곧바로 회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산은지주를 증시에 상장하고 지주사 간 합병을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경우 정부 보유 지분이 50~60%까지 낮아진다고 예상했다. 산은지주 관계자는 “두 회사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블록세일(장외 대량매매) 등을 통해 정부 보유 지분을 50% 이하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지주의 민영화가 본격화될 거란 설명이다. 두 지주사의 결합으로 거둘 수 있는 시너지효과도 상당하다고 봤다. “합병 은행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여신의 비중이 2대 4대 4정도로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체 민영화를 준비해 온 우리금융은 발끈하고 나섰다. 우리금융은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산은지주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료에서 우리금융은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금융위와 치밀한 각본을 짜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적시했다. “정부의 지급보증이 붙는 재정자금으로 우리금융을 인수하면서 공적자금이 상환된다고 하는 건 국민 기만”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아울러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산은지주가 완전 민영화되는 데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합병해도 정부 지분은 65.7%에 달하는데, 이를 다 팔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것이다. 산은지주 주장대로 ‘동시 민영화’가 아니라 사실상 ‘국유화’라는 지적이다.

 두 은행의 합병으로 생겨날 메가뱅크(초대형은행)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우리금융은 “합병해도 자산규모 505조원으로 글로벌 순위 54위에 불과하다”며 “원전 수주 등 대형 프로젝트는 여전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주채무계열 기업군 37개 중 23개가 합병은행의 주채무계열 기업이 된다”고도 지적했다. 합병 은행이 국내 대기업 시장의 70%를 차지하게 될 거란 예상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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