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0년 만에 常務 된 나라기획 유재하씨]

중앙일보

입력

'미치면(狂) 미친다(及). ' 광고회사인 나라기획의 유재하(柳在河.42.사진)상무가 직원들에게 즐겨 하는 말이다.

'뭐든 지 미칠 정도로 열중하면 이룰 수 있다' 는 뜻이 담긴 이 말은 柳상무 자신의 프로정신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광고업의 속성상 밤샘 작업을 수시로 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의 체력으로는 견뎌내기 쉽지 않지만 그녀는 악발이 근성을 발휘해 왔다.

"지난 10일 조흥증권 광고 유치를 위한 설명회(프리젠테이션) 참석 전에 회사(서울 신사동) 근처 병원에서 혈관주사를 맞았습니다. 일주일간 꼬박 밤샘 작업을 해 너무 지쳤기 때문이죠. 설명회가 있을 때면 으레 있는 일이다 보니 병원 간호사들도 '또 설명회가 있나 보죠' 라고 알아봅니다. "

이런 노력 덕에 그녀는 광고업계의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대학(숙명여대) 졸업 후 6년간의 섬유회사 홍보실 근무와 2년간의 프리랜서 작가 경력을 쌓은 그녀가 카피라이터에 매력을 느껴 모든 경력을 포기한 채 나라기획에 입사한 것은 1990년. 사원으로 입사해 1년만에 대리를 단 뒤 초고속 승진을 계속했다.

차장(94년).부장(96년).국장(98년).이사(99년)에 이어 올 초 인사에서 1년만에 상무로 또 승진한 것.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 선거캠프에 발탁돼 2개월여 동안 각종 광고물.연설문 제작에 참여하면서 회사에 많은 광고물량을 제공해줬고, 국민카드.제일은행 등 대형 광고주를 잇따라 영입하는 등 광고 유치에 뛰어난 실적을 올린 데 따른 결과였다.

"여성이 설명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광고주들이 인상 깊게 봐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설명회에 나가기 전에 목소리를 녹음하고 동작을 캠코더로 촬영해 교정하는 등 저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합니다. "

그녀는 카피라이터로서도 '올록볼록 재미나게 삽니다(쌍용제지 비바화장지)' '아내같은 아파트(쌍용건설)' '그리울 땐 눌러주세요(데이콤)' 등 숱한 히트작을 냈다.

" '다방면의 무한한 관심' 만이 광고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 이라고 강조하는 그녀는 아직 독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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