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성장이 목적된 교회, 불편한 진실 외면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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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가 11일 미래목회 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이 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목회자들이 청진기를 갖다 댔다. 대상은 한국 교회의 심장이다. 11일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시대 상황과 교회의 역할, 그 해답을 찾다’란 주제로 미래목회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은 2003년 커다란 물음표와 함께 출발했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교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물음을 놓고 15개 교단, 중견 담임목회자 200여 명이 뭉쳤다. 미래목회포럼의 지향점은 ‘3%의 소금’이다.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교회가 한국 사회의 소금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이날 미래목회포럼 대표인 김인환(성은교회) 목사는 개회사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할 교계 지도자들이 존경을 받기보다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날 포럼의 과녁을 밝힌 셈이었다. 김 목사는 “교회 지도자들이 세상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어느 조사기관에서 특정 종교를 갖지 않은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존경할 만한 성직자’ 순위에서 목사는 겨우 3위에 턱걸이했다. ‘개신교 지도자들은 자기들끼리 헐뜯고 다툰다’는 이유였다. 존경은 그냥 생겨나지 않는다. 우리는 눈물로 씨를 뿌리고 가꾸어낸 그런 결실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이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위기감이 읽혔다. 초대교회, 그리스도의 교회, 교회다운 교회를 향하고자 하는 목회자들의 간절함이 묻어났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인 김동호 목사가 기조강연을 했다. 김 목사는 자신이 10년 전에 개척했던 서울 남산의 높은뜻숭의교회가 성장하자 여러 교회로 쪼갠 바 있다. 두 달 전에는 천안에서 10년 만에 다시 조그만 교회를 개척했다. 이 교회에는 원로목사나 원로장로 제도가 없다. 담임목사는 6년간 시무 후에 반드시 교인의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장로의 임기도 6년 단임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담임목사나 장로가 교회에서 지나친 권력과 자리를 차지하는 걸 막기 위해 만든 제도적 장치”라는 게 김 목사의 평소 지론이다.

 그런 김 목사가 강단에 올랐다. 그는 “한국 교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고 물었다. 청중의 눈이 동그래졌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교회가 아니다. 시대와 세상이다. 시대와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만드는 것이 교회의 존재 목적이다.” 김 목사의 대답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교회의 존재 목적은 교회 자체인 것 같이 느껴진다. 교회의 부흥과 성장이 교회의 존재 목적이 돼버린 듯하다. 교회는 자신의 존재 목적인 세상과 시대를 잊었다.”

 이어서 김 목사는 최근 인터넷 매체에서 봤다는 글귀를 하나 소개했다. “이런 대목을 읽었다. ‘한국 교회 딱 세 마디. 모여라, 돈 내라, 집 짓자.’ 나는 그게 시대와 세상을 잊고 자기 교회만 생각하고 집착하는 한국 교회에 대한 냉엄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좌중에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 속에는 ‘돌아봄’이 있었다. 목회를 돌아보고, 교회를 돌아보고, 그리스도를 돌아보고자 하는 ‘건강한 침묵’이었다. 그런 침묵을 딛고서 발제가 이어졌다.

 양혁승(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문제를 극복할 의지를 가진 자만이 불편한 진실과 대면할 수 있다. 불편한 진실과 대면하는 자만이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교회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자는 고백에 가까운 호소였다. 양 교수는 또 “사회는 갈수록 투명해진다. 윤리적 기준도 높아진다. 그런데 교회와 목회자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금권선거다”며 “개혁을 통해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개혁은 일회적 과정이 아니라 지속적 과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CBS 나이영(일산 한강교회 목사) 종교부장은 ‘기독교 언론의 눈’으로 한국 교회를 꼬집었다. “자본의 논리가 교회 안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예수 믿으면 축복받는다’는 왜곡된 말이 신앙교리처럼 자리 잡았다. 교회가 성장하면 훌륭한 목회자고, 성장하지 못하면 부족한 목회자가 돼버렸다.” 이 대목에서 상당수 목회자가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포럼에 참가한 오정호(대전 새로남교회) 목사는 “우리 중에서 누가 자신 있게 한기총이 자정능력을 회복하며 다시금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닭 울기 전, 사도 베드로는 세 번 예수님을 부인했다. 오늘 포럼이 바로 그런 ‘닭울음 소리’다. 이 소리를 듣고서 한국 교회가 베드로처럼 통곡하며 자신을 돌아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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