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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억원짜리 중국 통일전선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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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의 유명 민요가수 쑹쭈잉이 8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규모 공연을 가졌다. 의상·무대 장식을 포함해 약 7000만 대만달러(약 26억원)가 든 초호화 공연이었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관객에게 인사하는 쑹쭈잉(왼쪽 사진). 대만의 국민가수 저우화젠(오른쪽)과 노래를 부르고 있는 쑹쭈잉(오른쪽 사진). [봉황TV 웹사이트]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로 장식해 한 벌에 최소 7000만원이 넘는 의상, 컨테이너 11개에 실어온 조명과 음향 시설, 300명의 스태프가 동원돼 장식한 호화 무대. 대만을 찾은 중국 국민가수의 한 회짜리 공연을 위해 초호화 무대가 차려졌다. 쏟아 부은 돈만 26억원에 달한다. 지난 8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중국의 ‘민요 여왕’ 쑹쭈잉(宋祖英·송조영·45)의 공연이었다.

 홍콩 상보(商報)는 “쑹쭈잉의 민요 공연은 공연장인 타이베이 아레나 개장 이래 최대 규모였다”며 “단발 공연임에도 의상·무대 장식을 포함해 약 7000만 대만달러(약 26억원)를 쏟아 부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날 공연은 74명으로 구성된 대형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허난(河南)예술단원 60명의 군무와 함께 선보였다. 공연의 웅장함을 더하기 위해 60명의 합창단도 동원됐다. 보통 이틀이면 끝나는 무대 준비를 위해 일주일 전부터 3교대로 300여 명의 스태프가 투입돼 24시간 작업에 매달렸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대만 현지 언론에선 타이베이 아레나 개장 6년 동안 이보다 더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공연은 없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날 쑹쭈잉의 무대 의상 여섯 벌 가운데 네 벌은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것이었다고 한다. 새 옷들은 한 벌에 최소 50만 홍콩달러(7000만원)에 달한다고 대만 빈과일보가 보도했다.

 공연은 무료였다. 주최 측은 대만 시민들에게 1000장을 배포하고 나머지는 대만의 연예인들과 유력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뿌려졌다. 이 때문에 대만 현지에선 공연 비용을 누가 댔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 현지 공연 관계자들은 함구하고 있지만 중국음악가협회와 대만의 통일 업무를 관장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산하의 지우저우(九州) 문화전파센터가 공동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양안(중국·대만)의 통일보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문화로 포장된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전술”이라며 “대만인들을 친중국화하려는 모략이 숨어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공짜 공연은 중국인들도 자극했다. 인민의 혈세를 단발 공연에 펑펑 썼다는 불만이 불거졌다. SCMP는 “중국의 인터넷에는 ‘쑹쭈잉의 공연을 대륙의 중국인은 돈 내고 보는데 대만인들은 공짜로 본다. 이것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인가’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쑹쭈잉(宋祖英 )=중국의 유명 민속가수 겸 배우. 중국 내 소수민족인 묘족(苗族) 출신이다. 후난(湖南)성 구장(古丈)현의 산골에서 태어나 12세 때 부친을 잃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중앙민족학원 음악무용과에 진학했다. 1988년 중국음악협회 주최 전국노래자랑대회에서 묘족의 전통 노래로 금상을 차지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 때 스페인 출신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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