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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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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과

최근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에선 당내 최대 계파인 친이(親李) 측 후보가 아닌 친박(親朴)·소장파의 황우여 의원이 선출돼 당내 파란을 일으켰다. 4·27 재·보선 패배로 당의 쇄신과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새로운 인물이 한나라당의 중심이 됐다. 이런 정치적 변화는 한편으론 긍정적이나, 한국 정치의 불행한 전철인 ‘실패한 대통령’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주화 이후 현재까지 5명의 대통령 중 불행히도 모든 국민이 인정하는 성공한 대통령은 아직 없다. 단임제 등의 제도적 요인과 현 시대의 지도자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정치문화적 특징도 한몫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대통령이 임기 말에 여당 혹은 국회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해 안정된 국정 운영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국회와 여당의 기능과 역할을 무시하고 귀찮은 통과의례로 생각하는 대통령에 의해 소외당하거나 단임제의 한계로 새로운 대권주자에 목을 매는 여당 의원이 많아지게 되면 이들은 대통령의 치적보다는 비판에 열을 올리게 된다. 레임덕과 함께 관료에 대한 통제력도 하락하게 되며 국민과 약속한 공약 실현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대통령 지지도는 하락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불법 자금과 관련된 정치적 스캔들이 발생해 대통령의 도덕적 위상까지 실추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모든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대통령은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과정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 같다. 당선되자마자 황 원내대표는 수직적 당·정·청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변화시키고 정부나 청와대가 주요 정책을 당과 협의하지 않으면 예산과 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벌써부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욱 심해질 것이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조차 신공항 백지화 등으로 돌아선 지지층을 재결집시키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 선을 긋는 전략을 사용하는 정치인이 많아질 것이다. 결국 대통령은 주요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워지며 만약 정권 연장이 되지 않는다면 추진하던 정책도 중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민들이 실패한 국정에 대한 책임을 한나라당에 동시에 묻게 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한국 정치의 발전과 내년 총선·대선을 위해서는 성공한 대통령이 탄생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은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의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통령은 제도적 소통을 통해 여당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의견을 경청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민심을 몸소 경험하는 의원들의 의견과 식견을 국정운영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당과의 정책협력과 어젠다 공유를 통해 권력을 공유해야 한다. 여당이 국정운영에 공동의 책임을 지고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에 진심으로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