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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틀로 보라, 위기가 사업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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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조셉 마일링거
한국 지멘스 사장

도시화, 기후변화, 인구통계학적 변화, 그리고 세계화와 같은 메가트렌드가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시화가 심해질수록 도시 내의 지속가능한 인프라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진다. 기후변화는 자원의 고갈을 불러오고,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노년층의 증가로 보다 혁신적인 헬스케어 솔루션과 노인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대부분의 조직은 이런 메가트렌드를 위협요소라고 판단한다.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 이런 위협을 극복하고 기업 내지는 사회 전반의 장기적인 성장에 오히려 새로운 기회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보다 전략적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통합하고, 이를 내부 문화로 정착시키는 동시에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경영 전략에 반영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지속가능성 시도가 사업 기회와 연계돼야 한다.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혁신적 기술과 제품, 솔루션 등을 개발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예컨대 ‘녹색병원(Green Hospital)’은 헬스케어 분야와 에너지 솔루션, 빌딩 자동화 및 정보기술(IT) 솔루션을 통합해 병원들이 경비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환자의 의료비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모든 산업과 사회 분야를 망라해 기존 사업을 지속가능성이란 새로운 틀 안에서 해석하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내부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운영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직원의 사기가 높아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조직 내부에서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위한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별로 목표를 정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이때 직원들을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인지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기업 성장에 대한 직원들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직원들은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조직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헌신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업은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그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자원봉사, 기부 활동과 학교 등을 위한 교육기회 제공이 대표적 예다.

 외부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것 역시 성공적인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지멘스는 지멘스 지속가능성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치, 과학, 비즈니스 분야의 주요 인사를 초청해 생산적인 논의를 벌이고 있다. 또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orld Business Council for Sustainable Development) 등 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외부 이해관계자와 협력하면 기업과 외부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를 높이며, 시장동향을 파악하고 전략적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시킬 수도 있다.

 지멘스는 163년 동안 생존·성장해 왔다. 1847년 설립자인 베르너 폰 지멘스가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미래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직후부터 지속가능한 경영을 시작했고 유지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많은 기업이 위기를 기회로 삼지 못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구축하지 못해서다. 지속가능성은 환경보존이나 사회공헌활동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나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조셉 마일링거 한국 지멘스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