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른 격투기…경기 직후 선수 사망 '충격'

중앙일보

입력

격투기 선수가 경기를 마친 직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 기본적인 건강체크도 하지 않는 격투기 대회의 허술한 선수안전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 도심 속 레스토랑에서 격투기 대회를 열고 있는 김미파이브 대회에 출전했던 격투기 선수가 12일 경기 직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 허술한 선수안전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네오파이트 제공

12일 밤 서울 강남서 불상사 #허술한 안전 대책 도마 위에

12일 오후 9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별관 지하 1층 레스토랑 '김미파이브'에서 열린 종합격투기(MMA)에 출전했던 이 모 씨(35)가 경기를 마친 후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인근 서울의료원으로 후송했으나 1시간여 만에 숨졌다.

김미파이브에서 격투기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네오파이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 씨는 상대 선수 임천한(27.가명)을 상대로 펀치를 주고받는 등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 눈 위에 부상을 입었다. 링 닥터는 부상이 심해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1라운드 1분 9초 만에 경기는 무효처리됐다. 이후 이 씨는 링에서 내려와 40m 가량 떨어진 선수대기실로 주위의 도움없이 퇴장했다가 곧바로 호흡곤란과 함께 의식을 잃었다. 네오파이트 측은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를 이용해 이 씨를 후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강남경찰서의 조사 결과, 네오파이트는 이 씨가 링에 올라가기 전에 기본적인 건강체크나 체력테스트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허술한 선수안전 대책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네오파이트 측도 "이 씨는 강원도 원주에서 직장업무를 마치고 자신이 직접 승용차를 운전하고 경기장에 도착, 쉴틈도 없이 곧바로 링에 올라가 경기를 벌였다"면서 "이 씨가 지난해 말 김미파이브에 출전해 1승을 거둔 적이 있어 건강체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격투기 전문가들은 이날 사고에 대해 "흥행을 앞세워 선수 수급은 물론, 기본적인 선수안전대책조차 세우지 않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인재였다"고 비난했다. 실제 김미파이브는 수.목.금.토요일 등 1주일에 4일동안 2~3경기씩 진행하기 때문에 격투기수련을 1년도 하지 않은 초보자들을 검증절차 없이 링에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선수안전이나 경기 질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한 네티즌은 "선수가 심하게 맞아 서 있기조차 힘든데 계속 싸우라고 하는 등 경기운영 능력은 국내 격투기 대회 중 최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강남경찰서는 "이 씨가 평소 심근경색 증세를 보였다"는 네오파이트 측의 주장에 따라 이 씨의 사인에 대해 정확한 조사를 하는 한편,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네오파이트 관계자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식사하며 경기 관전 격투기 대중화 표방

김미 파이브 는 '스테이크를 썰면서 피튀기는 격투기를 보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컨셉트를 바탕으로 지난해 2월부터 격투기 대회를 열고 있는 레스토랑. 출전희망자는 누구나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 링에 올라갈 수 있다. 대전료는 이겼을 때 40만 원, 지면 1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 대해 격투기 팬들은 "질낮은 경기로 격투기 수준을 망쳤다"는 비난과, "격투기 대중화에 공헌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80여일 동안 내부 인테리어를 개조하고, 4만원대의 메뉴를 2만원대로 낮춰 지난달 28일 새롭게 개장하면서 '대중적인 격투기 레스토랑'을 표방했던 는 이번 사고로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됐다.

일간스포츠= 정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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