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대장암 양성” 통보, 우편보다 전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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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전 국민을 대상의 대장암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대변으로 하는 1차 분변잠혈 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2차 대장내시경을 받아 암인지 가려낸다. 국가사업으로 15일 내에 통보되는데 우편으로 전하다 보니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질 않는다. 1차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 암을 조기에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초기 치료를 놓치는 것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센터 차재명 교수는 1차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수검자에게 우편 통보 외에 전화로도 결과를 알렸다. 지난해 분변잠혈 반응검사를 받은 4466명 중 양성이 나온 40명이 대상자였다. 그 결과, 대장내시경 수검률이 2009년 72%에서 2010년 90%로 18%나 증가했다. 대장암과 진행성 종양의 발견율도 2009년 22.2%에서 2010년 44.4%로 20%가 향상됐다.

 차 교수는 “우편 통보를 받은 환자들은 분변잠혈 반응검사가 양성으로 나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 추가 대장내시경을 받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일정이 바쁘거나 대장내시경 검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확진 검사를 기피하는 수검자도 있었다. 우편물을 못 받거나 열어보지 않아 결과를 놓치기도 했다. 차 교수는 “1차 검사에서 대장암이나 진행성 종양이 의심됐음에도 치료를 놓치고 있는 수검자가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과 치료를 미루면 수술이 가능한 암을 키워 다른 부위로 전이될 수 있다. 0기에 발견하면 100% 완치 가능한 암을 불치의 암으로 키우는 것이다. 대장용종 중에서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샘종이라 한다. 용종이 암이 되는 기간은 5~10년으로 느린 편이나 일단 암세포로 바뀌면 성장속도가 빨라진다.

 대장암을 발견하는 확실한 검사법은 대장내시경이다. 하지만 비용과 편리성 때문에 국가에선 분변잠혈 반응검사부터 권한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50세 이후라면 매년 분변잠혈 반응검사를 받고 양성이 나오면 반드시 추가 대장내시경 검사로 확진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국제학술지인 ‘Digestive Diseases and Science’에 채택됐다.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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