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000억원 이지스함으로 다시 태어난 네이비실 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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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 중위

미국 메인주의 바스 해군 조선소에서는 7일(현지시간) 2000여 명의 해군 장병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로 건조된 11억 달러(약 1조2000억원)짜리 이지스 구축함의 명명식이 열렸다. 이 이지스함에는 2005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 동료들을 구하려다 전사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대원 마이클 머피(Michael Murphy) 중위의 이름이 붙었다. 미국의 62번째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USS 마이클 머피함’은 마무리 작업 이후 하와이 모항으로 옮겨져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활동하게 된다고 CNN방송과 USA투데이 등이 8일 보도했다.

 2005년 6월 28일, 당시 29세이던 머피 중위는 아프간 북동부 쿤나르주에서 3명의 부하 네이비실 정찰대원과 함께 ‘산악 호랑이’라는 별명의 탈레반군 사령관을 추격하다 100명 가량의 탈레반군 매복 공격을 받았다. 압도적인 수의 탈레반군에 포위된 상황에서 머피 중위는 빗발치는 총알을 무릅쓰고 지원 요청을 위해 위성전화 연결에 매달렸다. 위성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주파수가 잡히는 지역을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등에 2발의 총알을 맞았다. 위성전화가 연결되자 지원 요청을 해 “지원하겠다”는 응답을 받자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날아든 총탄에 그는 숨졌다. 이 전투에서 머피 중위 등 3명이 숨지고 1명이 구조됐다. 이들을 공격하던 탈레반군 93명도 교전 중 숨졌다.

 머피 중위는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로 아프간전쟁에서 처음으로 미군 최고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았다. 베트남전 이후 미 해군 장병이 명예훈장을 받은 건 처음이다.

 머피 중위의 생일에 이뤄진 명명식에서 아버지 대니얼은 “이 배에는 아들뿐 아니라 그의 동료들의 영혼도 스며 있다”고 말했다. 올림피아 스노(메인주) 연방 상원의원은 “머피 중위의 충성에 보답할 순 없지만 그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동기 기자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구축함=미국 해군이 198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지스 구축함이다.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목표추적시스템, 방공 미사일, 그리고 공격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이지스 전투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동시에 200개 이상의 목표를 추적하며 18개의 목표에 미사일을 유도할 수 있다. 함선에 따라 적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는 SM-2 또는 초음속의 탄도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는 SM-3 대공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만재 배수량 9200t으로 380명이 탑승한다. 96기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 미사일 발사기 등을 장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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