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통속 마술' 또 불꽃 피울까, SBS 〈불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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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계의 대모'로 불리는 드라마 작가 김수현(56)씨가 〈청춘의 덫〉 이후 첫 장편드라마를 내놓는다. SBS가 내달 2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밤 9시55분 방송할 드라마 〈불꽃〉이 그것.

1990년대 중반 방송가에는 '김수현시대도 갔다'는 풍설이 거듭 나돌았지만, 지난해 작가는 20년 전 도중하차했던 〈청춘의 덫〉을 멋지게 리메이크해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이번 신작이 '김수현 제2의 황금시대'를 이어나갈지 브라운관 안팎으로 관심이 높다.

〈불꽃〉의 주인공은 순수하고 열정적인 성품을 지닌 미모의 TV드라마 작가 지현(이영애 분). 대기업의 상속자이면서도 혼자 힘으로 별도 투자회사를 경영하며 능력을 발휘하는 자신만만한 남자 종혁(차인표 분)이 지현에게 일방적인 구애작전을 펴 약혼 직전까지 진전된 상태다.

드라마는 여기서부터 뒤집기 게임으로 진행된다. 태국 관광에 나선 지현과 우연히 마주친 강욱(이경영 분)사이에 불꽃이 튄 것. 하지만 성형외과 전문의인 강욱에게도 상대가 있다. 같은 건물에서 개업하고 있는 피부과 전문의 민경(조민수 분)이 강욱에게 끈질기게 구애,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런 강욱과 지현이 맞이한 갈등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진정한 사랑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리겠다는 것이 방송사측의 설명이다.

'사랑'이야말로 안방극장의 영원한 주제이지만, 결혼한 남녀의 불륜을 비롯 온갖 자극적인 사랑의 장치가 등장하는 것이 우리네 드라마이고 보면 〈불꽃〉의 설정은 차라리 단조로와 보인다. 〈불꽃〉 제작을 맡은 SBS 이종수 국장은 "김수현식 드라마의 장점은 가장 통속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을 풍부한 결로 되살려내는 입체적 접근법"이라고 강조하면서 "드라마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말한다.

김수현 드라마가 늘 그랬듯,〈불꽃〉도 주변 인물들의 욕망이 간단치 않다. 스무 살 터울의 홀아비 후처로 들어가 유산을 물려받은 뒤 딸 둘 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민경의 어머니(서우림 분), 종혁의 아버지 회사 부장으로 다니는 터라 여동생과 종혁의 결혼을 적극 바라는 지현의 오빠 지태(송영창 분)등. 이처럼 가족관계를 무대로 세속의 욕망을 정교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정공법적 솜씨는 초반 시청률이 부진했던 〈청춘의 덫〉이 결국 성공한 것처럼 시청자들을 사로잡게 마련이라는 게 내부 관측이다.

통속드라마의 정석을 노리는 것은 줄거리·인물설정만이 아니다.MBC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첫 SBS 나들이에 나서는 차인표를 비롯해 〈불꽃〉 출연진 중에는 연기력보다 외모로 갓 뜨기 시작한 '휘발성' 스타가 거의 없다.박근형· 강부자· 백일섭· 정혜선· 양미경 등 든든한 중견연기자들이 주인공의 가족들로 포진했다.

제작진은 서울이 무대인 3·4회 분의 촬영을 끝냈고 현재 태국에서 지현과 강욱이 처음 만나는 1·2회 장면을 촬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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