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금요일 새벽 4시] j돌상 차려주신 단골 술집 사장님, 고맙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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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날 오전 에디터가 어디선가 전화를 받습니다. “아, 예, 예… 뭐 그러실 것까지는 없는데… 그래도 미안해서… 예, 예… 고맙습니다.” 놀라다가 미안해하다 이내 즐거워하는 것으로 시시각각 표정이 바뀝니다. 알고 보니 회사 앞 단골 술집 사장님이었습니다. 어린이날이라 술집 문을 닫지만 특별히 j를 위해 마감시간에 맞춰 문을 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한 메뉴도 준비해 두겠다고 약속까지 했답니다. 참 고마우신 사장님입니다. 모처럼 쉬는 날, 우리만을 위해 멀리 일산에서 나와 생일상을 차려주시겠다니요. 서소문 일대 어지간한 술집은 모두 문을 닫는 공휴일이니 변변한 자축 파티도 못할 뻔했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이런 사장님의 성원도 j의 힘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1년 동안 j는 420명의 명사를 만났습니다. 독자들의 사랑과 격려가 채찍이 됐습니다.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사장님도 고맙습니다. <김준술>

◆원택 스님 인터뷰를 위해 저녁에 당도한 해인사 진입로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사위가 어둑어둑해졌지만 내친김에 곧바로 백련암에 올랐습니다. 사진기자 선배와 함께 사진 찍을 포인트도 점검했습니다. 마음이 느긋해졌습니다. 순간 번뇌가 찾아옵니다. ‘개울 소리도 좋은데 술 한잔할까?’ ‘아니야, 아침에 스님 뵙는데 술 냄새 풍기면 예의가 아니지.’ ‘그래도 한잔만?’ 번뇌 속에 잠을 설쳤습니다. 다음날 인터뷰 도중 ‘술 이야기’를 여쭸습니다. 원택 스님이 이러시더군요. “선친이 술을 진짜 많이 드셨습니다. 반감 때문에 저는 대학 2학년까지 술을 입에도 안 댔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놈들 술 먹고 뻗으면 뒤치다꺼리를 다 제가 해야 했지요. 그러다 ‘술이 뭐기에 저렇게들 먹느냐’ 싶어 한두 잔 먹기 시작했지요. 피는 못 속이는지 제가 그놈들보다 훨씬 세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어찌 안 드실 수 있는지는 감히 못 여쭈었습니다. <성시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가토스시에 사는 제이 엘리엇 전 애플 수석부사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약속한 시간에 약속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이 엘리엇입니다.” “여보세요, 저는….” “메시지를 남기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가 녹음해 놓은 인사말이었습니다. 일단 끊었습니다. 다시 걸었습니다. “제이 엘리엇입니다.” “여보세요, 여기는 서울….” 이번에도 녹음이었습니다. 조금 쉬었다 다시 걸었습니다. “제이 엘리엇입니다.” 저는 침묵했습니다. “헬로? 헬로?” 앗, 이번엔 진짜였습니다. 회사에 새로 마련된, 화장실 한 칸 크기의 개인용 전화부스에서 전화를 했으니 망정이지 누가 봤으면 ‘쟤, 뭐 하니?’ 했을 겁니다. 감이 안 좋다고 집으로 전화하랍니다. 알려준 집 번호로 걸었습니다. 이번엔 통화 중입니다. 다음엔 팩스로 넘어갑니다. 다시 휴대전화로 걸어 확인하니 자기 집 번호를 잘못 알려줬답니다. 20여 분을 씨름하다 인터뷰가 시작됐습니다. 55분이 지나자 다음 일정이 있답니다. 질문은 10개 넘게 남았습니다. e-메일로 나머지를 보내랍니다. 마감시간 1시간 전에 극적으로 답변이 왔습니다. 외국에 있는 사람과 좀 더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방법 아시는 분 없나요? <박현영>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48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김준술성시윤김선하박현영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 디자인 : 이세영 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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