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중앙일보

입력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LA 클리퍼스의 젊은 선수들이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다. 스털링은 클리퍼스의 발전에 별로 관심 없는 구단주로 유명한데 이제 NBA 경력이 조금씩 쌓여지고 있는 클리퍼스의 '영건'들은 '적당히 해주고 월급을 받는' 그런 선수들로 전락되고 있는 것이다.

클리퍼스 선수들은 팀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외 연습(extra practice)'를 외면하고 있는데다 '내 실력을 과시해서 다른 팀으로 옮길 때 몸값을 높이자'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이는 팀 승리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 또한 패배의 원인을 자신보다는 동료들에게 돌리는데 '능숙'해졌다. 이는 팀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클리퍼스의 '불평맨'인 모리스 테일러(LA 클리퍼스)는 얼마전 2년차 마이클 올로워캔디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는데 당시 올로워캔디는 이에 열을 받고 공식 연습에 불참을 해버린 적도 있을 정도로 분위기는 최악의 상태다. 클리퍼스가 최근 5연패를 당하고 시즌 10승27패로 곤두박질치자 테일러는 "'오늘 우리는 패했지만 좀 더 나아질거로 본다.'라는 말을 반복하기가 지겨워졌다"며 클리퍼스에 대해 거의 포기했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올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 선수가 되는데 팀에 잔류할 가능성은 0%다. 그가 남은 시즌 동안 할 일은 자신의 주가를 올리는 것 밖에 없다.

이같은 좌절감 또는 상실감은 수퍼 루키 라마 오덤도 비슷하게 느낀다. 오덤은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에서 계속 패했다. 더 연습해서 더 나아져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패배가 내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은 너무 싫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ESPN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겉으로는 웃지만 속에서는 불괘함으로 가득차 있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오덤의 측근에 따르면 오덤은 "대학(로드 아일랜드대)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퍼스는 얼마전 동부 컨퍼런스 1위인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꺾을 정도로 '탈렌트'가 풍부한 팀이지만 결국 문제는 클리퍼스의 스털링 구단주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팀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매년 흑자경영을 하고 있는 스털링 구단주는 클리퍼스의 발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크리스 포드 감독의 휘하에 단 2명의 어시스턴트 코치를 고용해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게 했을 뿐 만 아니라 쓸만한 선수들은 죄다 타팀으로 보내는등 LA농구팬들을 '무시하는' 운영을 해왔다.

테일러가 올시즌이 시작되기전 "클리퍼스에 남고 싶으니 그 만큼의 대우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스털링 구단주는 '외면'으로 일관했다.

클리퍼스의 가드 에릭 파이엇카우스키는 "농구팀 다운 플레이를 보여야 한다. 지면 질수록 우리는 좀 더 이기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미래가 없는 팀에서 팀 플레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처럼 보인다.

ESPN 매거진은 최신호에서 "올시즌중 클리퍼스의 가드 데릭 앤더슨이 발목을 다쳐 라커룸으로 들어간적이 있는데 약 10분후 스코어 보드에는 'X-레이 테크니션은 라커룸으로 와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뜬 적이 있었다. 요즘같은 시대에 팀 요원들에게 페이저나 셀룰러 폰을 주지 않는 프로 구단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클리퍼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내용의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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