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주변상가 '의약분업' 특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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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종합병원 주변 상가들이 뜨고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병원 인근에 약국을 내려는 수요자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이 이뤄지면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은 환자들이 인근 약국으로 몰려들 것으로 판단, 서둘러 약국자리를 선점해두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가시세가 종전보다 2배 이상 올랐고 권리금도 껑충 뛰었다. 기존 병원 앞은 음식점.식품가게 등 이미 다른 점포들이 자리잡아 약국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렇다 보니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신설 병원 주변이 야단이다.

지난해 말 개원한 일산 신도시 대화동 백병원 뒤쪽에는 최근 약국 한 곳이 문을 연 데 이어 조만간 5~6개가 더 들어설 계획이다.

마땅한 점포가 없어 짓고 있는 상가로 수요가 몰리면서 바닥 권리금(점포가 완공되기 전에 붙는 권리금)까지 붙는 상황이다.

명가부동산 이현옥 사장은 "현재 35평짜리 약국용 점포 시세가 전세기준 1억원 안팎이고 바닥 권리금도 3천만원 가량 된다" 면서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없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한달 전 만해도 5천만~6천만원이던 상가 전셋값이 권리금을 포함하면 2.2~2.6배 정도 올랐다.

오는 3월에 문을 여는 백석동 일산병원 앞도 약국 선점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메디칼약국 외에 5개의 약국이 곧 들어설 예정이다.

목좋은 코너 35평이 1억원(전세)을 넘을 정도로 다른 곳보다 50% 가량 비싸다.

분당 야탑동 차병원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병원 맞은 편에 자리잡은 태평양약국의 경우 당시 90평을 전세 5억원에 계약했으나 요즘 7억원선으로 올랐다. 9개 개인병원이 있는 인근 메트로빌딩에도 약국용 점포를 찾는 수요가 많으나 매물이 없다.

전셋값이 평당 2천만원선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3백만원 정도 올랐고 권리금도 10평짜리가 5천만원을 넘는다.

이처럼 점포 구하기가 힘들자 한 약국은 4층의 20평짜리를 평당 3백만원의 전세금으로 입주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로 서울대병원 인근의 약국자리 난은 더욱 심하다. 대형 약국인 C약국은 최근 혜화동의 한 음식점을 사들여 약국으로 개조하고 있으며 원남동의 H약국은 서울대 후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의료원과 가까운 일원동 일대도 문의는 많으나 점포 규모가 10평 정도에 불과한데다 매물마저 없어 거래가 전혀 없다.

대구 대신동 동산병원과 신암동 파티마병원 주변도 점포난이 심해 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았다.

부동산 중개업소 체인인 ERA코리아 영남지역본부 관계자는 "동산병원 앞의 경우 50평 점포 매매가가 4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올랐다" 며 "그러나 매물이 없어 점포를 구할 수 없는 상황" 이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쯤되자 대형약국 체인사업을 벌이는 온누리약국은 올초 ERA코리아와 용역계약을 맺어 점포 찾기에 나섰다.

ERA 약국컨설팅팀의 최익순 대리는 "온누리 회원 약국으로부터 병.의원 주변 점포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10여건 받았으나 자리가 없어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하는 입장" 이고 말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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