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사이버 직종 쏟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웹 자키' '사이버 보안관' '프로 게이머' '온라인 오퍼상' '기술펀드 매니저' ….

최근 정보통신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직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기업마다 IT투자를 대폭 늘리는 데 따라 이런 '신(新)직종' 은 신세대 직장인에겐 최고의 일자리로 떠오르고, 회사 내에서의 역할도 커지는 추세다.

새로운 직업이 하루가 다르게 탄생하는 쪽은 역시 인터넷. 유니텔의 인터넷방송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성기영(28)씨는 요즘 잘 나가는 웹자키이자 웹PD다.

라디오 방송국이 아닌 인터넷에서 음악을 틀어주고, 전화가 아닌 PC로 신청곡을 받는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은정(28.여)선임은 '커뮤니티 가드너' 라는 이색 직업을 갖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 보다 많은 네티즌이 모이고, 좀더 오래 머물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새로운 사이트를 개설하는 게 하루일과다.

경찰청 해커수사요원 출신인 이정남(44)씨는 온라인 보안회사인 시큐어소프트의 연구소에서 해킹방지 기술을 개발하는 '사이버 보안관' 이며, '프로 게이머' 인 이기석(19)씨는 온라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를 즐기면서 돈도 벌어 신세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또 인터넷 운영자.정보제공자(IP).커뮤니티 가드너.웹 자키&PD.DB편집 디자이너.통신망 기획자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직종이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 업체인 네띠앙은 지난해말 '사이버 마케터(온라인 마케팅 매니저)' 라는 새 직종을 만들어 신입사원을 공채하기도 했다.

이밖에 사이버 보안관.컴퓨터 유지보수자.정보시스템 컨설턴트.기술펀드 매니저 등도 인기다.

인터넷과 정보통신이 확산되면서 기존의 기업조직도 크게 바뀌고 있다. 무역업계에는 온라인 오퍼상이, 전자업계에서는 '벤처기업 전문 투자가' 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설립한 삼성벤처투자의 송재환(38)투자펀드 매니저는 국내외 신흥 정보통신 업체를 분석하느라 바쁘다.

그의 업무는 회사 차원의 재테크와 벤처회사를 평가하는 것. 송씨는 "전자회사에 근무하는지, 금융회사에 다니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고 말했다.

IT분야 외의 새 직종으로는 통계청이 최근 새로운 직업분류에서 발표한 펀드 매니저.금융상품 개발가.선물 거래사.패션쇼 대리인.치어걸 등이 있다.

반면 직업분류에서 타자원.광대.만담가.식자원.수레운전원 등 사라지는 직업은 통폐합되고, 보모는 보육사 등으로 명칭이 변경되는 등 직종에도 시대의 변화가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신직종의 선구자격인 '컴퓨터바이러스 의사' 안철수(安哲秀)사장은 "기존의 사회구조가 사이버 세계의 특성에 맞도록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신직종의 탄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런 추세에 발맞춰 정보통신부는 21세기 핵심 신직종으로 앞으로 인력이 턱없이 모자랄 것으로 보이는 30개를 선정, 올해 IT분야 우수인재 양성차원에서 적극 육성키로 했다.

정통부의 공종렬 정책국장은 "IT산업의 성장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젊은 인재들의 진출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이들 새 직종이 인력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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