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표준' 새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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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줄을 꼬는 데 쓰이는 짚의 굵기는 6~15㎜' . 인터넷으로 세계를 오가는 정보화 시대.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규격(KS)에는 아직도 '새끼줄' 과 '가마니' 에 대한 기준이 남아있어 이를 맞추지 못하면 '표준규격' 인정을 받을 수 없다.

반면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김치냉장고 등 신제품은 물론 정보화의 필수기기인 워드프로세서 등에 대한 기술규격이나 형식은 국가표준이 아예 없어 업체마다 다르게 만들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이처럼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국가표준체계를 전면 손질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의 낡은 표준제도를 미래지향적으로 보완해 오는 3월까지 '국가표준기본계획' 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2004년까지 모두 3백50억원을 투입, 공산품 분야에 국한돼 있는 KS 등 기존 공업표준규격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지리정보시스템(GIS)등 차세대 인프라 분야와 환경.생명공학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해서도 새 표준을 만들기로 했다.

현재 1만5백99종에 달하는 기존 KS규격 등도 시대흐름에 떨어지는 품목은 제외하고 새로운 상품들을 대거 포함시키는 등 선진형 국가표준체계로 개편해 나가기로 했다.

또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독자규격도 KS로 통일시켜나가 현재 5.6%의 통일화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60%로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가규격 제정시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매년 3천개 기업.대학.연구소를 대상으로 국가표준화 수요조사를 실시해 표준화 과제를 발굴, 이를 규격의 제.개정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의류.신발.가구.자동차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각종 산업제품에 대해 한국인의 신체치수에 맞도록 정기적으로 국민체위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KS규격에 반영하는 한편 표준색상 등 규격화도 본격 추진키로 했다.

한편 통일에 대비, 북한의 표준규격인 KPS와의 비교 검토를 실시해 각종 표준규격과 기호.표시.용어의 단일화 기반도 마련키로 했다.

정부는 이밖에 올해 안에 일본.칠레.호주.캐나다 등과 상대방의 표준 규격을 서로 인정해주는 상호인정협정(MRA)체결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주덕영 국립기술표준원장은 "선진국들이 자국의 신기술을 세계규격으로 만들어 시장선점에 나서면서 표준을 지배하는 사람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며 "디지털시대에 맞게 KS의 혁신과 함께 국가표준체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김종갑 산자부 산업기술국장은 "우리 수출업체들이 수출 대상국가의 규격을 별도로 따내기 위해 쓰는 비용만도 매출액의 2~10%에 달하고 있다" 며 "우리 규격의 국제화를 추진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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