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한국이 전술핵 갖는 순간, 한·미 동맹 끝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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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아시아에서 다자주의의 미래’란 주제의 제2회의에선 6자회담의 효용성과 북한 핵 해결방안을 놓고 격론이 오갔다. 발제자로 나선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협력적 다자주의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6자회담의 경우처럼 ‘조정의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중국의 모호한 태도,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등의 이유로 회의론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존 햄리 CSIS 소장은 “다자주의의 당사국들이 한반도 통일을 궁극적 비전으로 삼고 있는지, 아니면 분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원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북한 주민들이 인간적 삶을 살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지는 데는 중국·러시아도 찬성할 것이며 문제는 실천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그린 CSIS 일본실장은 “한·미·일은 다자주의를 통해 공동의 가치관을 세우자는 것인데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으로 여기며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마이클 그린=“유럽의 다자주의가 잘 작동하는 기반엔 ‘석탄·철강공동체’가 있다. 자원 배분에 대한 오랜 갈등에 대해 당사국들이 합의해 이뤄낸 공동체다. 이처럼 정략적 상호의존성을 구성해낸다면 효율적 다자주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의 가장 큰 변수는 중국이다.”

 ▶문정인=“평화와 번영을 담보하기 위해선 다자주의가 정답이다. 실제로 그런 조짐도 보인다. 문제는 정치 리더십이다. 유럽에서 석탄·철강공동체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지도자들의 결단과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중국·북한의 리더들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 내겠다는 인식을 갖는 게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윤영관=“아시아 다자주의가 쉽진 않겠으나 비관적이지도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중국이 새로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가다.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국제 질서 가치 에 중국이 적응할 경우 미·중 간 컨센서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럴 경우 유럽과 같은 협력의 토양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장성민=“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는 등 나라마다 역할을 나누는 게 대안이 될 것이며 북한이 합의를 어겼을 때 제재를 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이날 청중들도 활발하게 토론에 참여해 질문을 쏟아냈다. 요지는 “미국은 과연 한국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술핵을 한반도에 도입하면 어떤가”였다. 이에 대해 햄리 소장은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미동맹의 탄탄한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한국이 핵무기를 갖는 순간 한·미동맹은 끝날 것”이라며 “미국은 전술핵을 상징적으로 몇 개만 보유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상’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대답했다.

전수진 기자

한승주 전 외교장관 기조연설

천안함·연평도, 안보지형 바꿔
6자회담 재개는 기회이자 위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6자회담 재개는 조건을 달고 수용하느냐 철저히 고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천안함 폭침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공격 등으로 한반도 안보지형이 달라졌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위험 부담과 기회에 대해 진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빨리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견해와 위험 부담이 있다는 시각이 팽팽하다. 6자회담이 북한의 핵 활동을 부분적으로 중단·지연시킨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 현재와 같이 (아무런 조치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북한의 핵무기 개발 가속화, 중국과의 갈등 가능성, 북한과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반면 6자회담 복귀가 두 차례의 핵실험 등 북한이 기존의 합의를 위반한 것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대화를 하면 북한 핵은 그대로 둔 채 식량과 경제지원만 이뤄질 가능성이 커 정권 안정화를 할 수 있는 기회만 줄 것이란 논리다.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전 미국 대통령은 “어떤 행동 계획에도 위험 부담과 대가가 따른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장기적인 위험과 대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제1회 중앙일보 - CSIS 연례포럼

한국과 미국 : 세기적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날짜 : 2011년 4월 29일(금)

■ 장소 :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

■ 개회사 : 홍석현(중앙일보 회장)

■ 축사 : 존 햄리 (John Hamre, CSIS 소장)

■ 기조연설1=제임스 존스(James Jones, 전 국가안보보좌관) : G2시대에 한국이 갈 길은?

▶ 사회 : 김영희(중앙일보 대기자)

▶ 토론 : 장달중(서울대 교수),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CSIS 일본실장)

■ 제1회의 : 아시아와 세계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

▶ 발표 :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전 국무부 부장관)

▶ 사회 : 윤영관(서울대 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 토론 : 김태영(전 국방부 장관), 빅터 차(Victor Cha, CSIS 한국실장)

■ 특별 연설=김성환(외교통상부 장관)

■ 오찬사=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주한 미국 대사)

■ 기조연설2=한승주(전 외교통상부 장관) : 6자회담의 위험과 기회

▶ 사회 : 김영희(중앙일보 대기자)

▶ 토론 : 장성민(전 국회의원), 빅터 차(Victor Cha, CSIS 한국실장)

■ 제2회의 : 북한과 아시아에서 다자주의의 미래

▶ 발표 : 문정인(연세대 교수)

▶ 사회 : 존 햄리(John Hamre, CSIS 소장)

▶ 토론 : 윤영관(서울대 교수),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CSIS 일본실장)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

1951년

[現]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 교수
[現]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前] 외교통상부 장관(제32대)

1951년

[現]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
[前]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1963년

[現]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前] 주미국대사관 대사
[前] 외무부 장관(제24대)

19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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