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축산기업의 ‘전염병 0’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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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은 조류인플루엔자·구제역이 세계를 뒤흔든 유례없는 ‘가축 질병의 시기’였다. 그러나 그동안 단 한 마리의 가축도 전염병에 걸리지 않은 축산기업이 있다. 더구나 그것도 돼지고기·닭고기와 와인 등을 세계 65개국에 수출하는 세계 3위의 축산업체이면서 말이다. 칠레의 ‘아그로수퍼(Agrosuper)’ 이야기다.

 “우리가 기르는 가축이 단 한 번도 전염병에 걸린 적이 없는 것은 군사시설처럼 엄격하게 위생·품질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기에르모 디아즈 델 리오(사진) 아그로수퍼 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위생’과 ‘검역’을 강조했다. 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한다는 것이다.

 디아즈 사장은 아그로수퍼의 관리 수준을 군사시설에 비유했다. 위치부터 독특하다고 했다. 그는 “고립된 사막 한가운데 사육 농장을 세운다. 그것도 부지의 70%는 비워두고 30%만 활용한다”며 “가축 질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서 공간을 최대한 넓게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가 주변에 축사가 빼곡하게 들어선 한국의 사육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농장이 아무리 넓어도 입구는 1개만 둔다.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농장에서 가축을 한 차례 키우고 나면 일정 기간 전부 비워 두고 소독한다는 원칙도 있다. 그는 “사육사도 농장에 출입할 때 몸 전체를 소독하고 옷을 세탁해야 한다”며 “회사·정부·외부 검역관이 3중으로 검역할 정도로 까다롭다”고 강조했다.

 생산 과정을 수직 계열화한 것도 특징. 이 회사는 사료 생산부터 사육·도축·가공·유통까지 관리한다. 이렇게 하면 유통 단계마다 붙는 마진을 덜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제품을 좀 더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사료값 폭등 충격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수직 계열화 시스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디아즈 사장은 지난달 26~2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참석차 한국에 왔다. 그는 축산업은 ‘아날로그’가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1999년 세계 최초로 축산 폐기물을 재활용해 바이오가스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그 덕에 아그로수퍼는 매년 탄소 배출권을 수출해 50억~100억원을 벌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엔 6600억원을 들여 사막 한가운데에 서울(605㎢)보다 더 큰 700㎢ 규모 부지에 친환경 농업 도시도 건설했다. 여기에선 축산 폐기물을 재활용해 쓴다. 돼지 분뇨는 포도밭 비료로 쓰고, 오·폐수는 정화해 축사를 청소하는 데 쓰는 식이다. 그는 “녹색 성장 다음 이슈로 ‘동물 복지’(동물의 권리 보장) 문제가 떠오를 것으로 예상해 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축산업의 미래는 밝다고 했다. 그는 “소득은 늘었지만 식량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농축산물 소비는 매년 3~5% 성장할 것”이라며 “국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농축산물 생산에 집중해 올해 3조 9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한국 농축산물에 대해선 “제주 흑돼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상품”이라며 “미국에까지 불고 있는 한류를 활용해 브랜드를 소개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기환 기자

◆아그로수퍼(Agrosuper)=1955년 칠레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던 농민이 세운 축산기업. 창업 45년 만인 지난해 3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 축산업체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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