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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 자기 표현 스포츠 패러다임 바꿔 세계에 한국문화 전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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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호 08면

김연아가 다시 한번 세계 정상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피겨스케이터로 최상의 성취를 이뤘고, 그가 몰고 온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동안 사회·문화적으로 김연아가 만들어낸 것,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 갈 것들은 무엇일까.

김연아의 사회·문화 효과

‘연아의 아리랑’ 가슴 뭉클
서울시는 지난해 김연아를 글로벌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서울을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유명인사로 김연아만 한 인물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성호주 서울시 마케팅과 주무관은 “아시아 지역과 달리 미주 지역에서는 한류스타가 없다. 미국 내에선 가장 잘 알려진 한국인이 김연아였다. 러시아나 유럽에서도 2010 밴쿠버 올림픽 우승 이후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밴쿠버 올림픽 당시 러시아 해설진은 “김연아의 연기를 보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전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김연아의 한국 알리기는 계속됐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오마주 투 코리아’는 서양 음악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애절한 아리랑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김연아는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등 외국인들도 한국 음악이라는 느낌보다는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이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서구인들에게 한국인, 한국 문화를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즐기는 스포츠의 시발점
그동안 한국인이 세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스포츠는 양궁·핸드볼·쇼트트랙·골프 등과 같이 신체적 능력을 기반으로 강한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들이었다. 또는 체급이라는 틀이 있어 체격과 체력의 열세를 커버할 수 있는 복싱이나 유도·레슬링과 같은 격투기 종목이었다. 반면 피겨 스케이팅은 주로 선진국끼리 경쟁하는 종목이다.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국력의 경연장’으로 비치기도 한다.

김연아의 정상 등극은 ‘파워와 경기력 중심 스포츠’에서 ‘즐거움과 참여 중심 스포츠’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피겨스케이팅을 위시해 신수지·손연재의 리듬체조같이 아름다움과 표현력을 강조하는 ‘공연’의 성격을 띤 스포츠들이 팬층을 넓혀가고 있다. 월등한 파워와 경기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남성성’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최선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여성성’이 각광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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