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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텍사스 레인저스의 '어메리퀘스트필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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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텍사스에 사는 진이와 민이는 일곱 살, 다섯 살 남매. 오늘은 아빠.엄마와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를 보러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것저것 준비에 바쁘다. 뜨거운 텍사스 날씨를 견뎌내려면 챙이 넓은 모자도 있어야 하고, 선글라스와 물통도 잊어서는 안 된다. 엄마는 야구장 나들이에 김밥이라도 싸겠다고 했지만 야구장에서는 커다란 소시지가 든 핫도그를 먹어야 제맛이라며 손을 젓는다.

레인저스의 야구장 어메리퀘스트필드는 텍사스주 알링턴에 있다. 알링턴은 텍사스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댈러스-포트워스공항에서 차로 약 15분 거리다. 알링턴 입구에 들어서면 야구장으로 향하는 안내표지가 여기저기 눈에 띄기 시작한다. 텍사스주를 관통하는 30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운동장으로 접어드는 길을 만나는데 그 길 이름이 '놀런 라이언 익스프레스웨이'다. 텍사스 출신인 전설의 탈삼진왕 놀런 라이언의 이름을 땄다. 그는 텍사스의 상징이자 미국의 영웅이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야구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워낙 큰 건물이라서 놓칠 염려도 없지만 혹시라도 길을 못 찾으면 야구장 길이라는 뜻의 '볼파크 웨이'를 찾아가면 된다.

◆전통과 웅장함이 숨쉬는 구장

1994년에 완공된 어메리퀘스트필드는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가운데 손꼽히는 아름다운 구장이다. 미국의 유명한 건축가 데이비드 슈워츠가 설계했고, 92년 4월 24일 첫 삽을 떠 94년 4월 1일 첫 경기를 치렀으니 짓는 데 약 2년이 걸렸다. 미국의 전통적인 구장 이미지에 텍사스의 웅장함을 잘 반영한 구장이다. 처음 이름은 '볼파크 인 알링턴'이었으나 2004년 5월 레인저스 구단과 모기지 융자회사 어메리퀘스트가 30년짜리 네이밍라이트(명칭 사용) 계약에 합의하면서 어메리퀘스트필드로 불리기 시작했다.

▶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박찬호에게 알링턴의 홈구장 어메리퀘스트필드는 '꿈의 구장'이 아니었다. 부진한 투구 뒤엔 홈관중의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2005년 화려하게 부활한 박찬호에게 어메리퀘스트필드는 진정한 홈구장이 됐다. 사진은 외야 쪽에서 바라본 구장 모습. 위(上)는 공중에서 본 구장 전경, 아래(下)는 외야석 중간에 있는 어린이 놀이공원.

140만㎡ 넓이에 지상 114피트(약 35m) 높이까지 관중석을 만든 어메리퀘스트필드의 수용규모는 4만8911석. 관중석은 구역마다 층이 다른데 내야 쪽은 5층, 외야 쪽은 3층으로 구분돼 있고, 외야 한가운데는 백스크린 대신 잔디 언덕을 만들어 인공적인 냄새를 줄였다. 텍사스의 무더위를 고려해 돔구장으로 짓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현 미국 대통령이자 당시 구단주 조지 W 부시가 "야구 고유의 정신을 훼손한다"고 반대, 천연 잔디 야외구장으로 지었다고 한다.

◆야구장은 곧 테마파크

경기장에 도착한 남매는 먼저 입장권을 산다. 야구장 입장권 종류가 15가지나 된다. 가장 비싼 75달러(약 7만5000원)짜리 'VIP석'부터 제일 싼 5달러짜리 외야석까지 위치마다 가격이 다르다. 주저 없이 5달러짜리 표를 사들고 외야로 간다. 외야석 한가운데는 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공원과 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스포츠파크'로 이름 붙여진 놀이공원은 어린이들을 위한 야구 놀이터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문을 열고, 9회에 닫는다. 여기서는 T자 막대기에 공을 올려놓고 때리는 'T볼'부터 어린이들끼리 벌이는 미니게임, 투구 스피드 재기, 스티커로 된 문신 만들기, 기념사진 찍기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놀이공원에서 우익수 뒤쪽 외야로 가면 '레전드 오브 더 게임'이란 이름의 야구박물관이 있다. 야구의 역사와 전통을 느껴보기엔 안성맞춤이다.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야구 명예의 전당에서 기념품을 빌려 전시하고, 야구 기념영화를 볼 수 있다. 놀이공원과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선수가 소개되고, 국가가 연주된다. 자리에 앉을 시간이다.

◆플레이볼! 시선을 멈출 수 없다

경기 시작과 함께 시선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쏠린다. 그러나 보는 이들의 귀는 운동장 마이크시스템이 붙잡는다. 경기장 곳곳에는 1200개의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플레이가 끊어질 때, 공수 교대 때 다양한 음악과 안내방송이 나온다. 또 플레이 중간중간에는 공식 마스코트가 신나는 응원을 유도한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솜사탕을 한 바구니 통째로 던져주기도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커다란 소시지가 든 핫도그와 솜사탕, 어른들에게는 시원한 맥주가 야구장 고유의 먹을거리다.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 출신으로 사장 특별보좌역을 맡고 있는 짐 선버그는 "레인저스는 지역사회와 어린이 팬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고 말한다. 그는 팬 서비스의 방향에 대해 "텍사스는 멕시코와 가깝고 문화적 영향도 많이 받았다. 지역 특성상 멕시칸도 많다. 그래서 전 경기를 스페인어로 라디오 중계하고 그들을 흡입하려 노력한다. 13세 이하의 어린이들은 레인저스의 미래다. 한 시즌 48경기를 프로모션 데이(기념품을 나눠주는 날)로 정하고, 그 가운데 20일은 13세 이하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주는 이유"라고 말했다.

알링턴에서 글.사진=이태일 야구전문기자

61번 새긴 유니폼.모자 가격
박찬호 성적 따라 오르락내리락

▶ 기념품점에 걸려 있는 박찬호 모자.

어메리퀘스트필드에서 빠질 수 없는 볼거리가 기념품점이다. 기념품점에는 놀런 라이언의 유니폼부터 레인저스 간판스타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현 뉴욕 양키스), 그가 떠난 뒤 팀의 상징이 된 젊은 내야진 마크 테셰이라.마이클 영.행크 블레이락 등의 각종 기념품이 팬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이 자리에 팀 내 최고액 연봉선수 박찬호의 소품이 빠질 리 없다. 박찬호를 상징하는 숫자 '61'이 새겨진 유니폼 상의와 모자, 곰인형 등을 발견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박찬호의 인기에 따라 기념품의 가격이 올랐다 내렸다 한다는 것. 지난해까지 부진했던 박찬호의 성적 탓에 모자의 가격은 한때 5달러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그가 상승세를 타자 모자가격은 어느새 20달러로 올라 버렸다. 61이 새겨진 유니폼 상의는 195달러(19만5000원), 곰인형은 12달러다. 매장에서 일하는 점원은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꾸준히 찾는 팬들이 있다. 박찬호의 기념품은 갈수록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되살아나는 인기를 대변했다.

****[바로잡습니다] 5월 13일자 20면

5월 13일자 20면 '탐방, 텍사스 레인저스 구장' 사진 중 왼쪽 사진은 '어메리퀘스트필드'가 아니라 레인저스 구단의 다른 구장 사진이었습니다. 제작상 실수로 잘못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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