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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땐 “할 말 없다” 이번엔 “책임 통감” … 달라진 박근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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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28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유럽 3개국 방문길에 나섰다. 박 전 대표가 인천공항에서 배웅 나온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8일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해 “국민의 선택은 한나라당 전체의 책임이다. 저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위치와 입장에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로 유럽 3개국(네덜란드·그리스·포르투갈)을 향해 출국하는 길이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뒤에는 “드릴 말이 없다”고만 했었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책임’을 언급하고,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다만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 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아직 구체적인 것은…. 당에서 많은 토론이 있지 않겠느냐”고만 했다.

 재·보궐선거 패배 후 ‘패닉’에 빠진 한나라당에선 현재 박 전 대표를 부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한나라당이 소용돌이에 빠질 때마다 등장하던 단골 메뉴였다. 그러나 이젠 조금 더 목소리가 절박해진 상황이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서초포럼’ 강연에서 “지금은 박근혜 시대다”고까지 했다. 홍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대체재’가 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거기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 외엔 당의 간판으로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친이명박계 진성호 의원도 “박 전 대표와 이재오 장관, 정몽준 전 대표 등이 조금 더 전면에 나서야 한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전면에 나설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구원투수’의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등판 시기’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친박계 허태열 의원은 “내년 총선의 위기감을 느낀 의원들은 지지율이 높은 박 전 대표에게 기대고 싶겠지만, 당의 유일한 히든카드를 언제 쓸 것인지는 친이·친박을 떠나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은 “당이 망가진 지금은 친이·친박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박 전 대표의 활동을 좀 더 촉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동반자 관계’가 돼야 한다”며 “당에서 대통령의 색깔을 빼지 않고 과거처럼 청와대의 지시가 계속되면 비대위 체제 이후에도 계파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다음 달 8일 귀국할 예정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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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8대)

195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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