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여우처럼 교활…북핵 현실적 해법은 북 정권 변화시키는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아미티지

중앙일보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하는 제1회 한·미 전략미래 포럼이 오늘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다. CSIS 측 인사로 방한한 리처드 아미티지(66)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을 28일 배명복 논설위원이 만났다.

-현재의 한·미 동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10점 만점에 8.5점 정도 주겠다.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일본의 민주당 집권 이후 미국이 미·일 동맹에서 한·미 동맹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일본 민주당은 이전과 다른 미·일 관계를 추구한다. 또 지금은 대지진의 시련을 극복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일본에 (한국보다 큰) 미군기지가 있다는 점이며, 이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새벽 2~3시에라도 백악관 주인에게 전화할 수 있는 거물급이 주한 미 대사로 올 때가 됐다는 여론이 있다.

 “거물급 대사는 한밤중에 대통령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통화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모양인데 사실 그렇진 않다.(웃음) 한국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군의 주둔 자체가 백악관 주인에게 한국의 중요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한국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는 곧바로 군사작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캐슬린 스티븐스이건,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건 누가 대사로 있어도 변치 않는 사실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문제는 없는가.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아쉬웠던 것은 한국 정부와 완벽한 보조를 맞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은 다르다. 제대로 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오바마 행정부가 말하는 ‘전략적 인내’는 그냥 ‘손 놓고 있겠다’는 뜻 아닌가.

 “그렇진 않다.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를 통해 북한 지도층의 돈줄을 죄어 효과를 봤던 좋은 선례가 있다. 대북제재를 계속하고 대량살상무기방지구상(PSI) 체제도 공고히 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이 여전히 유용한 틀이라고 생각하나.

 “물론 김정일이 핵을 포기할 리는 없다. 그래도 대화는 해야 한다. 대화의 틀로서 6자회담은 쓸모가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짖을(bark)’ 때마다 서둘러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권 교체(regime change)’가 북핵 문제의 가장 현실적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있다.

 “동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권의 변화이지 교체가 아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어떻게 보나.

 “사람은 훌륭하지만 그와 ‘디 엘더스(The Elders)’의 방북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미 행정부와 조율이 되지 않은 행동은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에 점수를 준다면.

 “B플러스 정도 주고 싶다.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한국을 방문했다.”

 -‘2차 아미티지 보고서’에서 다자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오바마가 잘 따르고 있다고 보나.

 “내 말을 너무 잘 들어 탈이다. 다자주의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그런데 다자주의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를 리비아 사태 등에서 목도하고 있다.”

 -내년 미 대선에 대한 전망은.

 “현재로선 오바마에 대적할 만한 호적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전 주중 대사를 지낸 존 헌츠먼 정도가 좋은 후보가 될 것 같다.”

 -김정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게임에 능한 지도자다. 30대부터 실권을 장악해 지금까지 정권을 유지해 오고 있는 건 사실 아닌가. 혹자들은 그가 광기(狂氣)의 지도자라고 하지만 그건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그는 여우처럼 교활하다.”

배명복 논설위원, 정리=전수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리처드 아미티지=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한반도 업무에 관여해 온 미국의 아시아 전문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국무부 부장관으로 임명됐다. 대화를 중시하는 온건파로 평가된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친분이 두텁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