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망막환자 배아줄기세포 치료길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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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줄기세포 치료제로 망막질환 환자의 시력을 살리는 임상시험이 시작될 전망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7일 “차바이오앤디오스텍(차병원 그룹)이 신청한 망막질환 치료 임상시험이 생명윤리법에 위반되지 않아 이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일보>2010년 10월 16일자 1, 10면>

이에 따라 시력을 앗아가는 희귀질환을 정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치료제는 불임부부가 사용하다 남은 냉동 수정란(배아)에서 줄기세포를 만든 뒤 망막세포로 분화시킨 것으로 망막 손상 환자(질병명 스타가르트) 12명에게 투입한다. 인간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줄기세포 치료제를 임상시험하는 국가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생명윤리위 노재경(연세대 의대 교수) 위원장은 “임상시험에서 사용할 줄기세포가 특정 세포로 분화가 종료됐다면 생명윤리법상 체내 이용 금지조항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는 만능세포로 불린다.

간·신장·심장 등 각종 장기(臟器)나 뼈·피부 등으로 분화할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인체에 주입했을 때 엉뚱한 부위로 분화하면 암 덩어리가 된다. 현행 생명윤리법이 냉동배아 줄기세포나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의 인체 주입을 금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차병원 제품은 줄기세포가 최종 목적지인 망막세포로 분화된 것이라서 눈에 주입해도 암으로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 것이다.

 차병원 측은 앞으로 식약청의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식약청은 차병원 신청 건을 1년째 심의하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다음 달 초 임상시험 심사를 통해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 정형민(47·차의과대 교수) 사장은 “배아줄기치료제는 한 번도 상용화된 적이 없는데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 세계 최초로 세포치료제를 상용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유아·청소년기에 발생하는 희귀난치성 망막 손상증인 ‘스타가르트’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한편 생명윤리위는 냉동배아가 아닌 신선배아의 일부를 떼내 줄기세포를 만들려는 연구는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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