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 관객 머리 위를 오가며 노래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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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歌王)’ 조용필은 멈춤을 거부한다. 항상 새로운 무대를 꾸민다. 다음 달 7일 시작되는 전국투어콘서트에 선보이는 ‘무빙 스테이지(Moving Stage)’가 27일 공개됐다. 폭 20m의 대형 무대가 객석 쪽으로 극장 규모에 따라 80m까지 움직인다. [변선구 기자]

‘가왕(歌王)’ 조용필(61)은 무대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1990년대 초 TV 출연을 딱 끊어버리고선 온통 무대만 생각하며 삶을 보냈다. 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어디였을까.

 가왕의 답은 한결같다. 2003년 8월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렸던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이다. 이날 잠실엔 종일 비가 퍼부었다. 무대도 객석도 흠뻑 젖었다. 퍼붓는 비 때문에 음악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객석은 요지부동이었다. 가왕은 당시를 이렇게 돌아본다.

 “비가 퍼붓는 바람에 준비했던 무대의 절반 정도를 날려버렸다. 그런데도 단 한 명의 관객도 움직이지 않더라. 정말 감동받았다. 팬들에게 무언가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는 골몰했다. 넓은 무대에서 관객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없을까. 발상을 바꾸니 해답이 보였다. 객석을 향해 무대 전체를 움직이기로 했다. 지난해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인 ‘무빙 스테이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폭 20m의 이 무대는 공연 도중 관객 머리 위 6m 상공으로 떠올라 80m를 움직였다. 조용필과 전속밴드 위대한탄생이 움직이는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장관을 선보였다.

 조용필은 다음 달 7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전국 투어 콘서트(1544-1555)에서도 이 무대를 선보인다. 지난해 무대는 사실 일본 기술이었다. 일본에서 무대를 제작해 서울로 들여왔다. 그러다 보니 비용도 곱절로 들고, 통관상의 문제도 복잡했다. 그래서 아예 직접 제작하기로 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자신의 음악에 꼭 맞는 무빙 스테이지를 새로 만들었다.

 27일 오후 경기도 여주 마임 비전빌리지 돌담홀에서 가왕의 새 무대를 살짝 엿볼 수 있었다. 공연 리허설을 10분 남짓 공개했다. 첫곡은 ‘태양의 눈’이었다. ‘가리라 나는 가리라 그대 서 있는 저기 저편에….’ 노래가 후렴구에 이르자 조용필이 선 무대가 서서히 솟아올랐다. 그와 기타 세션이 서 있는 무대와 키보드·드럼 세션이 위치한 무대가 두 개로 갈라졌다.

‘무빙 스테이지’에서 전속밴드 ‘위대한 탄생’과 기타 연주에 몰입한 조용필(가운데). [연합뉴스]

 두 번째 곡 ‘어둠이 끝나면’이 시작됐다. 이번엔 좀 더 빠른 속도로 무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2층으로 나뉘어진 무대에서 조용필과 기타 세션은 위층에, 나머지 세션은 아래에 위치했다. 아래 무대가 먼저 객석으로 다가오고, 이어서 위의 무대가 관객 머리 위로 지나갔다. 무대 바닥은 투명 아크릴로 제작됐다. 아래서도 노래하는 가왕의 모습이 보였다. 시연을 마친 그와 마주 앉았다. 그는 “항상 연습을 해도 100% 만족하기란 어렵다. 실제 공연에선 좀 더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무빙 스테이지를 제작한 이유는.

 “큰 공연장에서 멀리 앉은 관객은 제가 점처럼 보인다. 그래서 아예 무대 전체를 움직여서 멀리 있는 관객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가기로 했다.“

 -지난해 선보인 무빙 스테이지와 달라진 점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무게감을 덜어냈다. 약 3t 분량의 악기와 무대장치를 실어도 괜찮다.”

 -제작비가 많이 들었겠다.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아무래도 많이 들었다. 무대에 만족한다면 제작비가 얼마가 들더라도 상관 없다.”

여주=정강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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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가수

19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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