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식 변화 엿보여 지켜보는 중…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소외 이웃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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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의 공식 식순에서 정치권 인사는 빠진다. 대신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과 함께 봉축행사를 가지고자 한다.”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5월10일)을 맞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慈乘·사진) 스님이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자승 스님은 “(공식 초청은 안 하지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지옥에도 가는데, 자비문중에서 부처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자 하는 정치인까지 막는 것은 맞지 않다”며 “문제는 불교계와 정부의 대립이나 화해가 아니다. 전통 문화재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바뀌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으로 인해 불교계와 정부는 불편한 관계였다. 이에 대해 자승 스님은 “한나라당에 전통문화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문제를 논의하고,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보고할 때 대통령께서 문화재에 대한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등 최근 정부의 전통문화 인식에 대한 변화가 조금 엿보인다. 거기에 대한 책임성과 진실성을 지켜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자승 스님은 조계종의 5대결사 운동 중 나눔결사를 강조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정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의 사각지대에도 자비의 나눔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관심을 쏟고 있다”고 했다. 서울 조계사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전통 혼례식(5월1일)을 경내에서 여는 식이다.

 자승 스님은 다음 달 3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로 간다. 조계종단 대표의 소록도 방문은 처음이다. 봉축법요식 집행위원장 영담(影潭)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은 취임 후 매달 이웃종교를 포함한 사회복지시설에 가서 봉사를 하고 있다. 그 연장선이다. 단지 이번에는 장소가 소록도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7시 서울시청앞 광장에는 전통한지로 만든 석가탑 모양의 봉축등이 켜졌다. 자승 스님 등 2000여 불자가 모여 점등식을 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5월 10일 오전 9시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린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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