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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이지아의 보안을 배워라' 빵 터지는 베플, 그들만의 리그는 끝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지아-서태지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 소식이 세간에 알려졌을 때 네티즌들의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실시간 속보를 챙겨보는 것도 잠시. 네티즌들은 이내 기사 밑에서 댓글로 수다를 떨기 시작합니다. 이 때 인터넷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단순히 정보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충격을 공유하며 소통을 하기 위함입니다. 댓글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릎을 탁 치고 싶어서입니다.

농협중앙회 금융전산망이 장애를 일으켜 수일 째 마비된 상황에서 네이트(nate.com)를 방문한 한 네티즌은 "농협은 이지아의 보안을 배워라"라는 댓글로 웃음을 안겼습니다. 촌철살인입니다. 네이트에선 네티즌들의 댓글 추천제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네티즌 간의 쌍방향 소통입니다. 이 댓글은 네티즌의 불같은 추천을 받고 ‘베스트 리플’로 뽑혔습니다.

이쯤되면 포털에 올라있는 기사는 정보 제공 의미를 넘어 네티즌들이 소통을 나누는 장(場)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정보에 빠삭한 '네티즌 수사대(NSI)'는 정보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댓글을 달며 의견을 나눌 통로로 기사를 이용하는 겁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가 활성화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옛날 얘기라는 겁니다. 이제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 밑에 모여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 같은 카페 중심이거나 운영자 중심의 일방통행형 포털보다는 소통중심인 네이트가 젊은 층의 인기를 끄는지도 모릅니다. 학교의 교사나 부모, 회사의 상사도 네이트의 댓글을 모르면 아이들이나 젊은 친구들과 소통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최근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리는 이슈는 시청자와 네티즌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예쁘고 노래도 잘 했는데 아쉽게 탈락하거나, 노래도 못했는데 합격한 후보자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집니다.

궁금증을 자극하는 연예가 뒷담화 기사가 뜨면 열기는 더 뜨거워집니다. '남자 연예인X, 마약 복용 혐의 수사 중' '여자 연예인, 절친한 동료 연예인C와 육두문자를 날리며 싸웠다' 등의 기사가 뜨면 다음날 아침쯤엔 네티즌들이 등장인물에 대한 결론을 내려놓고 정리를 해놓습니다. 애꿎은 인물을 지목해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지만 족집게처럼 맞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포털 업계는 최근 들어 네티즌 소통의 장이 가져다 주는 효과가 크다고 전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자 1000만 시대를 맞아 소통은 모바일 웹 시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네이트는 2009년 싸이월드와 네이트뉴스를 통합한 뒤 '베플(베스트리플)'을 도입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추천을 가장 많이 받는 리플을 상단에 노출시키는데 네티즌 사이에선 "베플 보러 네이트 간다"는 말이 돌 정도입니다. 베플에 선정된 네티즌은 상장이라도 받은 양 "1등 먹었다"며 으쓱합니다.

네이트 관계자는 "네티즌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재미까지 주는 뉴스 서비스로 승부를 보고 있다”며 "최근엔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해 댓글을 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3000여 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트는 지난 해 6월 모바일 웹 버전을 선보인 뒤 순 방문자 수가 기존 대비 압도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다음도 요즘 뉴스 밑에 달리는 댓글이 늘어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다음 관계자는 “뉴스 밑 댓글 만큼 네티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통 공간이 없다” 며 “최근 모바일로 댓글을 남기는 사례가 늘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서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전했습니다.

콘텐트를 고민하던 포털 업계는 이제 네티즌과의 소통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기사와 정보를 백화점 식으로 나열해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입맛대로 규정을 만들어 재단하던 '그들만의 리그'는 막을 내린 셈입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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