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있는 갈비’ 좋아하는 한국인 … 수입량 적어도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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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만1595t. 캐나다 쇠고기가 한국에 가장 많이 들어온 2002년의 실적이다. 수입 단가를 ㎏당 5달러 정도로 따지면 5800만 달러(약 635억원) 정도다. 캐나다 쇠고기는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시원찮다. 1999년의 6%가 최고였다. 광우병으로 수입이 중단되기 전인 2000년대 초반에는 점유율이 3~4%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까지 해가며 캐나다가 한국 쇠고기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가 뭘까.

 축산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한국의 독특한 쇠고기 소비 문화에서 찾는다. 한국사람들이 선호하는 부위가 다른 나라와 달라 틈새시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서양에선 보통 스테이크용 등심·안심·우둔 부위가 가장 비싸게 팔린다. 한국은 이외에도 뼈 있는 갈비나 살치살·부채살 등도 비싼 가격에 팔리는 독특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캐나다 우육수출협회 김환규 한국지사장은 “일본·대만도 갈비살을 먹긴 하지만, 뼈 붙은 갈비를 선호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며 “캐나다에선 싼값에 처분되는 부위가 한국에서는 비싸게 팔리니, 전체 물량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중국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육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캐나다가 아시아 시장 공략에 더 적극적이란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빗장을 계속 닫아걸면 아시아 지역에서 캐나다 쇠고기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일본은 캐나다에서 20개월 미만의 뼈를 포함한 쇠고기를, 대만은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캐나다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나라가 특정 국가의 특정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고수하면, 다른 나라도 무역 분쟁이 발생할 때 그 국가의 예를 들며 무역 장벽을 쌓을 명분을 찾기 마련”이라며 “축산업 수출을 확대하려는 캐나다로선 한국의 빗장이 달가울 리 없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정부의 자국 농심 다독이기 측면도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2003년 광우병 파동 이후 캐나다 축산업자들이 고전하고 있다”며 “캐나다 정부가 WTO 제소를 통해 자국 축산업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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