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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의 마켓뷰] 미국 2차 양적완화 이후를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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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경기와 기업이익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코스피는 질주하고 있다. 시장은 조정을 기다리는 이보다 참여하고 순응하는 자에게 보상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쉽지 않은 지금, 오히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우호적인 입장과 경제 정상화의 조합이 코스피의 V자형 상승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유동성의 핵심 수원(水源)인 미국이 여러 악조건에도 자산가격을 떠받치는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이젠 목표로 삼아온 경제 회복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에 대한 시장의 셈법은 시간이 갈수록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가 더 좋아질 수 있는가, 자생적 회복이 가능할까. 2차 양적완화(QE2) 이후 Fed의 추가 개입은 필요하지 않은가. 주택시장은 왜 이런가. 이러한 질문에 시장은 합의가 필요해졌다.

 아직 Fed 입장과 경제 회복의 조합이 훈풍으로 불고 있는 4월이 주식투자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위험이 낮은 구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기자회견 이후 시장 참가자의 의구심은 점차 커질 것이다.

 금융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위기였다. Fed는 신뢰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풀고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주가가 올라갔다고 해서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병원에서 퇴원을 했다고 곧바로 뛰기 힘든 것과 같다. 퇴원 후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퇴원 후 환자의 상태는 예상보다 양호하다. 세계 증시와 경제 모두 ‘회복’에서 ‘정상화’를 향해 한 단계 전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한걸음에 ‘정상(normalization)’을 되찾을 수는 없다.

 이제 QE2의 종료 이후(6월)를 준비해야 한다. 최적 조합(Fed의 국채매입+경기회복)의 균열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QE3가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지난 1차, 2차와 상황이 다르다. 다름 아닌 인플레이션 부담 때문이다. 신흥국은 이미 긴축에 돌입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이에 동참했다. 일단 QE2 종료 시점에서 세계 증시의 조정은 불가피하다. 물론 미국 경기의 자생적 회복력이 견고하다면 이러한 우려가 수그러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굳이 6월 전후 출현할 불확실성에 모험을 걸 필요는 없다. 증시는 이를 앞서 반영할 것이다.

 4월 말에서 5월 초에 코스피가 2200선을 넘어서 질주를 지속하면 투자자는 그동안 고수해 온 ‘밀리면 사자’에서 ‘올라가면 줄이자’로 입장을 선회하려고 한다. 기회 포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위험에 대한 대비다. 과거에 시선을 맞추면 ‘더 이상 나올 악재가 뭐가 있나’라는 식의 낙관론이 팽배해질 수 있다. 하지만 미래를 본다면 그렇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증시를 이끌어온 정부의 힘, 바로 확장적 정책이라는 증시친화적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윤지호 한화증권 리서치센터팀장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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