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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인공 비타민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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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종구
심장클리닉 원장 캐나다
앨버타대학 명예교수

비타민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한 해부학 교수가 비타민C를 하루에 6000mg씩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 많은 사람이 비타민C를 하루 수천mg씩 먹고 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C의 양은 약 45~ 90mg이다. 미국 보건부는 하루 섭취량을 2000mg 이하로 권고한다. 비타민을 매일 대량으로 먹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혹은 부작용은 없는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약이든 건강식품이든 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화학 실험이나 동물 실험뿐만 아니라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25%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선 약 5000명에게서 5년간 밀가루 같은 위약과 실험물질을 복용하게 해 비교해야 한다. 몇몇 사람에게 약을 주고 그 효과를 평가하거나 이것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각종 비타민이 심장병·중풍·암을 예방할 것이라는 기대로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효과는 한 번도 확인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과다한 비타민은 사망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발표됐다.

 비타민과 심혈관 질환에 대한 가장 신빙성 있는 연구로는 미국의 ‘의사건강연구2’를 들 수 있다. 하버드대 연구자들이 2009년 미국의사협회지 ‘자마’에 발표했는데 50세 이상의 1만4641명의 남성 의사를 대상으로 비타민 E와 C의 효과를 실험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의 연구 결과 비타민은 심근경색증·중풍·심장병·사망률에 아무 효과도 없었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연구팀은 8172명의 여성을 상대로 같은 연구를 9.4년간 실행했다. 연구 도중 624명이 암에 걸렸고, 176명이 숨졌다. 비타민C를 먹은 여성들이 안 먹은 사람들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자마’는 비타민에 대한 연구 논문 68편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신빙성이 높은 논문 47편에 포함된 18만938명을 분석한 결과 비타민C는 사망률을 증가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비타민 A와 E는 사망률을 증가시켰다.

 결론적으로 각종 비타민과 항산화제로 심장병 또는 암을 예방한다고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과다 복용할 경우 몸에 좋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비타민 A 또는 E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너무 많이 섭취하면 몸에 축적돼 좋지 않다. 반면 비타민C는 물에 녹는 비타민이며,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더 많이 소변으로 배설된다. 그러므로 독성이 잘 나타나지는 않지만 하루 600mg만 섭취해도 6000mg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에 있다. 생선을 자주 먹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과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인공적인 비타민에 의존하기보다 자연산 야채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최고의 건강유지법이다. 절주와 금연, 규칙적 운동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종구 심장클리닉 원장 캐나다 앨버타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