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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강력팀에서 밤샘한 소설가 공지영씨,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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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소설가 공지영씨(오른쪽에서 둘째)가 20일 저녁부터 21일 아침까지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계 형사들과 야간 순찰업무를 함께 했다. 이날 체험은 김맹호 강력4팀장(맨오른쪽)이 트위터에 올린 경찰서 일일체험자 모집 글에 공씨가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이뤄졌다.


“경찰서에서 형사 체험하고 싶은 분은 연락주세요.” 지난 12일 오전 9시 52분. 서대문경찰서 김맹호(45) 강력4팀장이 자신의 트위터(@rlaaodgh2003)에 글을 올렸다.

그날 오후 4시 43분. ‘트친(트위터 친구)’ 한 명이 가장 먼저 메시지를 날렸다. “@rlaaodgh 앗 저도!!” 김 팀장과 ‘맞팔(상호 팔로우)’하는 사이인 소설가 공지영(48·@congjee)씨였다. ‘강력반 번개’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20일 오후 8시. 공씨가 흰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서울 미근동 서대문경찰서에 들어섰다. “세상에 태어나 아직까지 처음 해보는 일이 있다는 게 기쁘고 신기하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갈색 점퍼를 입고 큼직한 가죽 배낭을 매 다음날 오전 9시까지의 13시간의 야근 당직을 준비했다.

 김 팀장은 가입 한 달이 채 안 된 트위터 초보다. 유명 트위터러들을 살피다가 팔로어 10만 명이 넘는 공씨를 팔로했다.

공씨도 ‘서대문경찰서 강력팀장’이라는 김 팀장의 소개글을 보고 곧바로 맞팔했다. 경찰을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소설을 꼭 쓰고 싶었다는 공씨는 “형사 체험 모집 트윗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고 말했다.

 공씨는 이날 강력계 형사들의 야근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 밤 10시. 강력반 형사 3명과 한 조를 이뤄 형사기동대 차량에 올라탔다. 북아현동과 대흥동을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된 도보 순찰은 5시간에 걸쳐 두 차례 이뤄졌다. 11시에는 도난사건 신고가 들어온 명지대 앞 술집으로 출동했다. 여형사인 척 하고 신고한 사람에게 질문도 하고 CCTV도 직접 확인했다.

연희동을 살필 때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자택 앞도 지났다. 북아현동 주택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니 빈부 차이가 실감이 났다고 한다. 24시간 식당에서 콩나물국밥 야식을 즐기는 여유도 잠깐, 다섯 시간을 내리 걸었더니 발바닥이 화끈거렸다고 했다.

 그는 21일 오전 4시, 경찰서로 돌아와 형사들처럼 당직실 의자에 기대 잠시 눈을 붙였다. 앉은 채로 잠든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고 한다.

오전 6시에 구내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공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밤새보는 게 얼마 만인가. 의자에서 잠깐 조는 것도 너무나 달콤하다. 우리의 아침을 굿모닝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오전 6시 33분.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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