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남성 육아휴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동물 세계에서 수컷이 새끼 양육에 몰두하는 예는 숱하다. 남아메리카 황금사자타마린 원숭이 수컷은 새끼가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안고 다니며 돌본다. 먹이를 줄 때만 암컷에게 건넨다. 펭귄의 부성애도 눈물겹다. 펭귄 암컷이 알을 낳고 먹이를 구하러 가면 수컷이 알을 품는다. 2~3개월 동안 제대로 먹지도 않고 알만 품느라 무게가 40%나 줄기도 한다. 새들은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을 수컷이 도맡는 경우가 많다.

 인간 세상에서 육아는 주로 여성 몫이다. 본디 여성이 아기를 남성보다 잘 돌봐서인가. 연구자들 대답은 ‘그렇지 않다’다. ‘아버지 연구가’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 파케 교수는 신생아와 아버지를 관찰했다. 아버지도 어머니와 똑같은 정도로 아기와 말을 하고 뽀뽀하고 놀아준단다. 배고픔이나 불안, 지루함 같은 아기의 상태도 똑같이 알아차린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난 즉시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도 아이와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란다. 육아에서 아버지가 근본적으로 열등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남성인 이강옥 영남대 교수가 육아 경험을 기록한 『젖병을 든 아빠, 아이와 함께 크는 이야기』에서 “나의 모성은 무르익어 내 빈약한 젖꼭지에서도 젖이 흘러내리는 듯했다”고 했을까.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심리학팀은 아이들이 태어난 뒤 4~6년 동안 아버지와 노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후 아이는 어른이 된 다음에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자신과 놀 때 보여준 친숙한 관계를 지속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육아 참여가 끼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남성의 육아 참여는 북유럽을 넘어 이젠 세계적 대세다. 미국에선 아내 대신 육아와 가사를 책임지는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이 확산 중이다. 일본에선 후생성이 ‘육아를 하지 않는 남자는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는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전국에 배포했을 정도다.

 한국에선 지난해 육아휴직한 남성이 819명으로 전년보다 63% 늘었다고 한다. 올 1분기엔 273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육아휴직자의 1.9% 수준으로 아직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거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탓이란다. 육아휴직 의무화 같은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그러나 남성의 육아를 이상히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데 당당히 육아휴직을 선언하는 간 큰 아빠들이 대폭 늘 수 있을까.

김남중 논설위원

▶ [분수대] 더 보기
▶ [한·영 대역]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