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손학규 ‘깜짝 잠수’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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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4·27)를 일주일 앞둔 20일.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는 오전 10시 금곡동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한 뒤 오후 4시까지 6시간 동안 사라졌다. 기자들에겐 “TV토론을 준비하러 간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6시간 동안 그는 원불교 분당교당을 찾았고, 아파트 동대표와 통반장들과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이날 노인복지관 배식봉사를 포함한 공식일정 10개 중 3개만 공개했다. 새벽 예배 참석은 물론 출퇴근 인사를 하는 장면까지 ‘비밀’이었다. 그런 사이 그는 분당제생병원에 들러 조상균 원장을 만났고, 저녁에는 성남시 의사회·약사회 회원들과 비공개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선거에서 후보의 동선(動線)은 매우 중요하다. 후보가 누굴 만나는지 알면 뭘 의도하는지 알 수 있다. 후보가 언론에 노출되는 걸 꺼린 채 비공개로 움직일 땐 상대 후보의 허(虛)를 찔러 표를 얻겠다는 속셈이 담겨 있다.

 정치감각이 뛰어났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거 때 가장 중시한 게 바로 동선이다. 그가 대통령을 하던 때인 1995년 6월 여당인 민자당의 정원식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의 조순 후보에게 패하자 “동선을 흘리고 다니니까 진 것 아니냐”고 핀잔을 준 일도 있다. 당시 조 후보는 정 후보의 ‘비밀 동선’을 파악, 정 후보가 지나간 곳을 빠짐없이 뒤쫓아가 상대편으로 표가 넘어가는 걸 막았다. 때로는 미리 가서 선수를 치면서 많은 표를 빼앗아 갔다.

 본지가 12일 이후 강재섭·손학규 후보의 공개 일정은 물론 ‘비밀 동선’을 추적해 봤다. 두 후보 측도 치열한 정보전을 벌이고 있었다. 강 후보가 약사회를 공략하면 손 후보도 약사회 모임을 잡고, 손 후보가 택시기사들과 비공개 접촉을 하면 강 후보도 며칠 뒤 택시기사들과 만났다.

 강 후보는 14일 저녁 분당구 약사모임에 참석했다. 19일엔 약사회장을 지낸 원희목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이 성남 분당을 지역 약국을 순회했다. 이에 손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20일 오후 9시 성남시약사회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중산층에서 변화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손 후보는 14일엔 성남시민회관을 찾아 택시기사들 얘기를 들었다. 이 사실을 안 강 후보는 한나라당 서민특위 소속으로 영화배우 문소리씨의 아버지인 문창준 택시대책위원장에게 도움을 청했고, 18일 분당개인택시친목회 체육대회 현장을 방문했다.

 강 후보는 각종 직능단체나 협회의 경우 공개적으로 접촉한다. 그러나 손 후보는 비공개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다. 손 후보 캠프 측은 “지역의 자영업자나 단체 측에서 야당 후보와 만난다는 게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강 후보 측 설명은 반대다. 강 후보는 19일과 20일 각각 성남시 지체장애인연합회, 이·미용사협회 회원들과의 면담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사전에 일정이 공개되자 취소해 버렸다. 이들 단체는 성남시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재명 성남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강 후보 측은 “이 시장이 민주당 소속이라 분당에선 오히려 강 후보가 야당 처지”라고 주장했다.

정효식 기자, 분당=이지상·민경원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前]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前]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7대)

1948년

[現]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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