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미셸 오바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셸 오바마(左), 질 바이든(右)

최근 잇따라 근무 중 실수를 저지른 미국 항공 관제사들이 급기야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 대통령 부인이 탄 항공기에까지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미셸과 조 바이든(Joe Biden) 부통령의 부인 질 여사를 태운 여객기가 관제사의 실수로 착륙을 못 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20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셸이 탄 보잉 737 여객기는 18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미 공군의 C-17 군용 수송기 1대도 여객기와 약 5㎞ 정도 떨어진 곳에서 착륙을 위해 기지로 접근 중이었다. 미 연방항공청(FAA) 규정엔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 시엔 항공기 2대가 최소 8㎞ 이상 떨어져 있도록 돼 있다. 비행 시 항공기 후방에 생기는 난기류가 다른 항공기의 운항을 방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난기류에 휩쓸린 비행기는 심하면 조종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

 위험한 상황을 우려한 관제당국은 여객기에 S자 선회를 해 수송기와의 간격을 넓히라고 지시했으나 충분한 간격 확보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먼저 착륙한 수송기가 활주로를 벗어나기 전에 여객기가 착륙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관제사가 여객기에 착륙하지 말고 다시 상승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여객기는 공항 주변을 선회하다 활주로가 확보된 뒤 착륙했다. 미셸과 탑승객들은 모두 무사했다. 미셸은 이날 뉴욕에서 질과 TV출연 등을 한 뒤 워싱턴으로 귀환하는 중이었다.

 이번 사건은 앤드루스 기지 주변 하늘을 책임지는 ‘포토맥 레이더 근접통제소’ 관제사가 두 항공기의 간격을 조정하지 못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인 FAA도 “항공기 유도 솜씨가 엉망이었다”며 관제사의 실수를 인정했다.

 미국에선 졸음 등 관제사의 실수로 인한 ‘항공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워싱턴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선 관제사가 심야 근무 중 잠들어 항공기 2대가 관제탑의 유도 없이 착륙했다. 13일과 16일에도 졸음 사고를 낸 관제사들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 17일엔 클리블랜드의 한 관제센터에서 관제사가 근무 중 DVD 영화를 보다 적발됐다. 올해 들어 발생한 것만 아홉 차례다.

 미국 공항에선 경비 절감을 위해 심야시간에 관제사를 한 명만 둔 곳이 많다. 이로 인해 관제사가 잠이 들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FAA는 잇따른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주 FAA 산하 항공교통기구 책임자를 경질했다. 또 20여 개 공항에 관제사를 심야시간에 2명씩 배치하고 관제사들의 휴식시간을 1시간 늘리는 등 관제시스템 운영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이승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