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직장 세습 이기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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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회사와의 단체협약 때 ‘신규 채용 시 장기근속 자녀 우선 채용’을 요구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용자 단체와 비정규직 노조에선 이런 움직임을 놓고 “정규직의 신분 세습을 요구하는 이기주의”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차노조 집행부가 마련한 ‘2011년 단체협약 요구안’엔 ‘회사는 정년 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의 자녀가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 안은 18~19일 열리는 현대차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 상정됐다. 여기서 채택되면 조만간 시작될 현대차 노사 임단협에서 노조의 요구안으로 공식 제기된다.

 경총의 남용우 노사대책 본부장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우리 현실에서 힘이 센 대기업 노조가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현대차비정규직(사내하청업체) 노조 측은 “배신감을 느낀다”며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노조가 같은 공장 안에서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동료를 외면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연장에만 골몰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는 현재 8000여 명으로 임금은 정규직의 80% 정도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 장규호 공보부장은 “무조건 채용이 아니라 업무 수행 능력이 있는 장기 근속자 자녀에 한해 우선 채용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울산=이기원·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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