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TV 나와 생선 좀 먹어줬으면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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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사고로 어민들이 구제역 피해를 본 축산농가처럼 될까 걱정입니다.”

 박인성(73·사진) 인성실업 회장은 지난 주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횟집에 갔던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손님들로 북적일 점심시간인데도 빈 테이블이 여기저기 눈에 띄더란 것이다. 박 회장은 “방사능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생선을 도통 먹지 않는다”며 “수산물을 잡고 유통하는 영세 어민과 자영업자들은 이미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실 박 회장도 피해를 보고 있다. 명태 때문이다. 인성실업은 원양어선 17척으로 남극해와 태평양·오호츠크해에서 명태·크릴새우를 잡아 유통하는 원양어업사다. 명태는 주로 오호츠크해에서 잡는다. 일본과는 4800㎞ 이상 떨어진 곳이다. 그런데도 소비가 급감했다. 한 달여 전 만해도 20㎏에 3만4000원 선에서 거래되던 게 3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최근엔 2만8000원까지 낮아졌다. 원전 사고 이후 인성실업은 6억~7억원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

 “우리가 이 정도인데 어민이나 수산물 유통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박 회장은 “구제역·조류 인플루엔자(AI)와 달리 방사능으로 인한 어민 피해는 조명조차 받지 못한다”며 “정치인들이 TV에 나와 생선을 좀 먹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내 유통되는 명태는 주로 러시아산이라 방사능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명태뿐 아니라 대부분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보름 전까지만 해도 국립부산검역소에서 부산항에 하역하는 모든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정밀검사를 했는데 최근 관능검사(눈으로 하는 검사)로 바꿨어요. 막상 검사를 해보니까 별문제가 없었던 거죠.”

 크릴새우 사업도 걱정거리다. 인성실업은 1997년 국내 최초로 남극해에 크릴새우 어장을 개척했다. 박 회장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남극해에서 메로(파타고니아 이빨고기)를 발굴했는데, 그곳에서 다시 새로운 어종을 개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 3척이 침몰해 선원 13명을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미래 식량 자원을 개발하고 남극 영유권을 확보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 결과 일본 업체가 100% 점유하고 있던 국내 시장을 탈환하고 매년 3000t의 크릴새우를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2003년 한 대기업이 남극해에 크릴새우 선박을 투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박 회장은 “우리가 크릴새우를 납품하던 일본·캐나다 업체에 해당 기업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팔고 있다”며 “우리 같은 중소업체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무혐의 처리됐다고 한다. 박 회장은 “정부는 중소업체가 개발한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와 염가 물량 공세를 펴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그래야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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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인성실업 회장

19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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