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4·19 51주년 … 활발해진 이승만 재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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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인호(左), 서중석(右)

4·19 혁명 51주년을 맞아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독재와 시위 유혈 진압 같은 이 전 대통령의 과오와 함께 건국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터전을 마련한 공로도 평가해야 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건국의 아버지’로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인호(서울대 명예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17일 “5·16으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이승만 시대의 유산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세우고 지키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번영의 기틀을 다졌다는 측면에서다. 이 이사장은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대로 알아야 한국 현대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4·19 세력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훼손하려 했던 것은 아니란 점에서 이승만과 4·19는 같은 세력”이라고 제시했다. “4·19 세력은 어렵게 출발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이데올로기를 바꾸려 했다기보다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데 강조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이어 “건국 대통령에 대해 그 나라 국민이 느끼는 자긍심은 국민 스스로가 느끼는 긍지와 같은데 우리 국민은 거꾸로 폄하의 길을 걸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공적 국가 건설의 수혜자가 된 젊은이들이 역사를 모르고, 자기가 몸담고 있는 나라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며 “이승만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기피되고 편향된 것은 반(反)대한민국 세력이 느끼는 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오랜 역사적 뿌리를 고려할 때 ‘건국’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으며 이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 교수는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틀림없이 훌륭한 자유민주주의 헌법이지만 국회의원들과 사회 전체의 역량도 작용했고 미국도 많이 도와줬다”며 “이승만은 오히려 헌법을 유린하고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그가 없었다면 광복 직후나 6·25 때 공산화됐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를 지켜준 가장 큰 힘은 역시 미국”이라고 반박했다.

 외교적 업적에 대해서도 “1950년대 중반 한·일 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었는데 충동적인 이승만의 반일 운동으로 기회를 놓쳤다”며 “평화선 설치는 잘한 것이지만 설득력 있는 대미 외교를 펴지 못했고 영국을 비롯한 우방들과도 사이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승만 정부가 잘한 게 있다면 전후의 어려움 속에서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건물을 짓는 데 투자한 것”이라고 제시했다. 서 교수는 “정치권이 이 전 대통령 평가에 끼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학자들이 사실과 자료를 놓고 경쟁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환영·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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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現]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1936년

[現]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사학과 교수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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