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 예선전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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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용인수지고 과학실험에서는 ‘지진 해일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주제로 학생들간에 토론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2011년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 탐구토론분야에 참가할 학교 대표팀 선발을 위한 교내 대회를 앞두고 모의토론을 벌였다.

 “해일을 한 방향으로 유도해 부딪치게 함으로써 해일의 파괴적인 힘을 상쇄시킨다는 것인데, 높이가 무려 15m에 이르고 폭이 수백 m가 넘는 대형 해일의 경우에도 그 방법이 통하겠습니까? 이에 대한 실험결과가 있습니까?” 반박을 담당한 상대팀 황수빈(용인 수지고 2)군의 질문에 1학년 팀이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 정도의 대규모 해일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 차례의 설전이 오가고 이 문제는 정리되지 못한 채 난제로 남고 말았다.

탐구토론, 실험설계뿐 아니라 토론능력도 중요

 4월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전국 초·중·고교에선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 출전을 위한 교내 대표팀 선발대회가 한창이다. 전국청소년 과학탐구대회는 과학그림·전자과학·기계과학·로켓과학·탐구토론 등 총 5개 분야에서 전국 초·중·고 학생들이 실력을 겨루는 종합과학탐구대회다.

 용인수지고도 22일 탐구토론분야 교내 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있다. 8개 팀이 경합을 벌일 예정이다. 여기서 선발된 대표팀이 도 대회에 나간다. 이렇게 선발된 전국 시·도 16개 대표팀이 10월에 있을 탐구토론분야 본선대회에서 맞붙는다.

 탐구토론분야는 크게 논문심사와 토론심사로 나뉜다. 교내-시·도-결선대회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 같은 방식의 시합형식을 취한다. 3인이 한 팀을 이뤄 매 단계마다 사전에 논문을 제출한 뒤 대회 당일엔 토론시합을 진행한다.

 주제에 맞는 체계적인 실험설계·수행능력뿐 아니라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논증하는 토론까지 중요한 심사기준이다. 매해 탐구토론 주제는 사전에 공지된다. 올해 초등부는 물 부족 현황과 대책이, 중등부는 에너지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연구주제다. 고등부는 지진·해일 관련 국내·외 대비현황을 조사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실험 수행과정서 오차 수정 노력 보여줘라

 서울교대 과학교육과 장신호(44·2010 전국청소년과학탐구대회 탐구토론 심사위원장) 교수는 “어려운 과학이론에만 기댄다거나 완벽한 논문양식을 맞추기 위해 외형적인 겉보기에 집착해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의 입장에서 실행가능한 실험을 설계하되 투박하더라도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여주라는 주문이다. 전문적인 실험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으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차를 수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라”고 조언했다.

 ‘가설→실험설계→오차수정→가설수정→재실험→가설검증’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실험 중 시행착오를 어떻게 개선시켜나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훌륭한 실험보고서다. C&I 입시전략연구소 김대규(36) 연구원은 “최종 실험 결과와는 연관이 없는 무의미한 자료·실험을 단순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며“가설로 시작해 결과에 이르기까지 논리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각의 자료·실험이 최종 실험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근거와 결과에 근거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탐구토론 고등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한 용인수지고 3학년 오정주·황재승군은 “실험을 진행하면서 첫 가설에 전제조건을 붙여간다고 생각하면 쉽게 실험을 설계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모기유충 박멸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미생물이 모기유충박멸에 효과적이다’라는 첫 가설을 세운 뒤, 미생물의 농도, 물의 상태(흐르는 물) 등 조건이 달라지면 효과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황군은 “어떤 조건과 상황 하에서 가설이 유의미한지를 증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초조한 마음에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억지 논리를 끼워 맞추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실험결과와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상대팀의 반론에 무너지게 된다.
 
반론 대비하는 연습하면 논문 완성도 높아져

 토론은 4팀이 한 그룹을 이뤄 발표·반론·평론·참관의 역할을 번갈아 맡으며 진행된다. 한 팀이 발표하면 다른 팀들은 각각 반론·평론·참관에 참여한다. 한 팀의 발표와 토론은 50분동안 진행된다. 발표 15분, 반론팀의 질의·반론15분 등 각 과정마다 제한시간이 있다. 제한시간을 넘기면 감점처리다. 장 교수는 “연구논문이 아무리 훌륭해도 토론에서 상대팀의 반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며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훌륭한 토론은 상대팀의 약점을 공략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청중과 심사위원에게 자기 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팀을 깎아 내리는 언행, 감정적인 말투, 토론절차를 무시한 행위 등은 절대 금기사항이다. 황군은 “모의토론이 가장 효과적인 연습방법”이라고 추천했다. 교사와 학교친구들이 상대팀의 역할을 맡는다. 이 때 상대팀은 의식적으로 ‘반박을 위한 반박’을 하는 것이 좋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반론 할 부분이 있다면 거침없이 공격한다. 오군은 “모의토론을 반복하다 보면 논문의 부족한 부분을 찾기도 쉽다”며 “지적당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면 논문완성도가 높아진다”고 장점을 꼽았다. 이어 “실제 대회에선 상대팀이 우리 팀 중 한 명을 지목해 질문할 수도 있다”며 “팀원 모두가 어떤 반론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사진설명] 용인수지고 1학년으로 구성된 팀(김용범·채종혁·윤영채·왼쪽부터)과 2학년 팀(황수빈·신석민·양태훈·오른쪽부터)이 ‘지진·해일 피해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란 주제로 모의토론을 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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