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다이어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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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살만 빼면 진짜 예쁘겠다.” 한국인 친구들이 항상 내게 했던 말이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내가 왜 (살을 빼서) 예뻐져야 하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무조건 마르고 싶어하는 한국 여성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두 48㎏이란 목표를 정해놓고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보기에 다이어트 필요가 전혀 없는 것 같은데도 살을 빼고 싶어했다. 그래서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면 건강에 나쁠 텐데’ ‘운동도 안 하면서 밥도 안 먹으면 골다공증에 걸린다는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한국 생활 10년째. 한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국 여성들처럼 다이어트 결심을 자꾸 하게 된다.

최근 홍대행 버스를 탔을 때다. 운 좋게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잠깐 졸다가 눈을 떴는데 정말 짧은 핫팬츠를 입은 젊은 여성의 쭉 뻗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맛있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은 절대로 먹을 것 같지 않은, 늘씬한 그 여자를 보자 나는 갑자기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이제 더운 여름이 오는구나. 겨울에 먹은 붕어빵이 전부 살로 갔을 텐데, 그때 녹차호떡을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미 늦었다.

노출의 계절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봄부터 한국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미니스커트나 핫팬츠까지 유행을 따라가려면 허벅지 둘레를 1㎝라도 줄여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때문인 것 같다. 복싱 다이어트, 바나나 다이어트 등 해마다 바뀌는 다이어트 방법도 어지럽다. 모두 예쁜 몸매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핀란드 여성들도 다이어트를 하기는 한다. 여성 잡지는 살 빼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에어로빅 수업과 피트니스센터에는 살과의 전쟁을 하는 사람들로 꽉 찬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핀란드 여성들은 몸무게엔 너그럽다. 한국 여성들이 생각하는 ‘날씬하다’는 기준은 너무 높다. 핀란드에선 남녀 모두 몸무게와 관계 없이 열심히 운동해서 만든 건강한 몸을 좋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 “외모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하는 건 너무 뻔한 얘기다. 그래서 내가 실천하고 있는 건강하고 맛있는 ‘한식 다이어트’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요즘 나는 묵과 두부, 그리고 된장을 주로 먹는다. 아침엔 간단하게 우유 한 잔과 과일을. 그리고 점심엔 두부김치나 도토리묵 무침을 만들어 먹는다. 오랫동안 배도 부르고 맛도 좋다. 바로 알아챘겠지만, 술안주에 딱 좋은 메뉴라 점심을 먹을 때마다 막걸리 생각이 나는 게 단점이긴 하다.

저녁에는 된장찌개와 밥 반 공기를 먹는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막걸리를 조금 마시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을 곁들여 식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주·맥주는 칼로리가 높으니까, 막걸리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막걸리 100mL의 열량은 45㎉ 정도밖에 안 된다. 같은 양의 우유(60㎉)나 오렌지주스(50㎉)보다 낮은 열량이다. 막걸리에는 유산균과 아미노산도 많고, 단백질도 요거트보다 많다. 막걸리는 반주로도, 다이어트에도 좋은 것 같다.

가끔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그건 불필요한 화학성분을 넣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만들면 막걸리처럼 뒤끝이 깨끗하고 좋은 술도 흔치 않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막걸리 붐이 불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막걸리가 좋은 술이라는 걸 알게 돼 다행이다. 앞으로 막걸리를 홍보할 땐 맛만 좋은 게 아니라 건강에 좋은 술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따루 살미넨 (핀란드)‘따루주막’ 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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