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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것에서 전혀 다른 것을 끄집어내는 게 내 스타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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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Kate Moss, Gloucestershire, No.12(2010)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의 독특하고, 에로틱하고, 때론 괴기스러운 지면 광고는 지난 14년간 모두 한 사람이 찍어왔다. 바로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다.
그는 소피아 코폴라부터 다코타 패닝, 위노나 라이더에 이르는 패션계 유명 인사와 할리우드 배우, 심지어 마크 제이콥스와 자신까지 모델로 등장시켰다.

그는 제품보다 모델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스토리를 부각시킨다. 특히 2008년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이자 패션 아이콘인 빅토리아 베컴이 커다란 마크 제이콥스 쇼핑백 속에 들어가 하이힐을 신은 두 다리만 벌려 내놓은 사진은 오랫동안 회자됐다.

유르겐 텔러

올해 47세로 30년 가까이 사진 작업을 한 그는 세계적인 패션 사진작가로서 상업적 영역에서 명성을 쌓아오면서도 꾸준히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개척해왔다. 15일부터 7월 31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첫 한국 전시 ‘터치 미(touch me)’는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양한 시선에 주목한다.

프랑스 디종의 유명 미술관 ‘르 콩소르시움’과의 협업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영국 패션모델 케이트 모스가 낡은 손수레에 누워 있는 사진을 비롯해 패션 디자이너 비비언 웨스트우드의 누드 시리즈 등 유명 인사들이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진들은 적나라한 누드를 드러내고 있지만 성적호기심을 자극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텔러가 2004년 당시 예순 살이던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 샬럿 램플링이 치는 그랜드 피아노 위에 벌거벗고 누워 개구리 포즈를 취한 사진이 대표적이다. 2000년부터 작품에 자신을 피사체로 등장시켜온 작업의 일환이다. 2005년에는 자신이 직접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한 채 미국 여류 사진가 신디 셔먼과 함께 마크 제이콥스의 광고 사진 시리즈에 등장하기도 했다.

‘터치 미’라는 제목은 4년 전 유원지에 놀러갔을 때 어떤 남자의 반바지 앞단에 ‘Touch me’라는 글자가 적혀 있던 데서 유래한다. 작가의 위트와 유연성을 보여주는 일화다.개막 3일 전 서울에 도착해 직접 사진 배치 및 공간 활용 작업에 참여한 텔러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업 작품 활동과 순수 예술의 영역을 구분해달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사실 별로 상관 안 한다”고 털어놓았다. “삶을 즐길 뿐이지 나를 정해진 틀 안에 집어넣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2 Judy Judy Judy.London, Judy Blame, No.1(2009) 3 Victoria Beckham, Marc Jacobs Compagin SS08, Legs, bag and shoes, LA(2007)

그는 자신과 마크 제이콥스와의 관계는 어떤 디자이너와 사진가와의 관계보다 특별할 거라고 말했다. 마크 제이콥스의 전폭적인 신뢰는 그에게 엄청난 창의적 자유를 부여했지만 모든 상업 활동이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상업 사진에는 고객이 있고, 고객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 책임감이 동반되기 때문에 개인 작업과 패션 광고 사진에는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파리 패션하우스 클로에의 수석 디자이너로 은퇴했던 피비 파일로가 2010년 봄·여름 컬렉션부터 셀린으로 복귀하면서 셀린의 광고 사진도 찍어왔다. 그는 고심 끝에 수퍼모델이나 유명 인사 대신 옷맵시가 좋은 모델을 기용했다고 들려주었다. 상품 이미지에 무엇보다 집중한 결과, 모델의 머리가 잘린다거나 하는 특이한 앵글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이브생 로랑이나 셀린, 마크 제이콥스의 광고 사진을 찍을 때 정작 제품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누가 그 제품을 입고, 어떤 설정을 하며, 이를 통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그게 바로 내가 흥미를 갖는 부분입니다.”

호기심이 많고 모험을 즐긴다는 그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작품 활동의 모티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평범한 것으로 보이던 것도 다른 시각을 취하면 신기하고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 사진을 찍고 나면 피사체가 예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표출될 때가 있죠.”
그는 열 개 정도의 카메라를 갖고 있는데 플래시를 탑재한 콘탁스 G2 35㎜ 카메라를 즐겨 쓴다고 했다. 컴퓨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사진 찍는 기법이 고도화된다고 해서 더 아름다운 사진이 나온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법을 가장 단순화해서 피사체에 집중하고 소통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서지은 코리아 중앙데일리기자 spring@joongang.co.kr
사진 대림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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