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안성 … 소 브루셀라병 전국 확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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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소뿐만 아니라 사람과 개 등도 감염되는 브루셀라 병이 확산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 꼴이 날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브루셀라 병 발생 사실을 은폐하는 등 초동 대처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의 한 축산농가에서 지난 7일 소 19마리가 브루셀라 병에 걸린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하지만 시는 아직도 이들 소에 대한 살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 시는 원래 브루셀라 병에 감염된 19마리와 같은 축사에 있던 5마리 등 24마리를 살처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는 살처분을 15일로 미뤘다. 지난 12일 열린 안성한우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당시 살처분을 연기한 것이다.


 이에 앞서 이 농가와 인접한 이모씨의 농가 등 2곳에서도 지난달 25일과 28일 브루셀라 병이 연이어 발생, 사육하던 한우 270여 마리 중 61마리를 살처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르면 시는 브루셀라 발생 시 해당 농가와 반경 500m 이내 농가에 대해 2개월에 한 차례씩 6개월간 모두 3차례의 혈청검사를 하고, 차량 이동 제한과 외부인 출입 통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안성시는 이런 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성시 관계자는 “구제역으로 브루셀라 병 발생 농가에 대한 방역 활동을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전남 담양의 한 축산농가에서도 지난달 31일 브루셀라 병이 발생해 한우 150마리를 살처분했다.

 브루셀라 병은 겉으로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암소가 이 병에 걸려 유산하거나 조산하기 전에는 감염 여부를 알기 힘들다. 전파력은 떨어진다.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브루셀라 병은 타액이나 분비물 등에 직접 접촉할 때만 감염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브루셀라 병이 사람에게도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라 주의가 요망된다는 점이다. 사람이 이 병에 걸리면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는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치사율은 2%로 낮다. 정부는 구제역과 브루셀라를 각각 1종, 2종 가축전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다.

 브루셀라균에 감염된 암소는 새끼를 낳지 못해 농가의 피해가 크다. 그 때문에 축산 농가에서는 정기적으로 검사해 브루셀라 병에 걸렸는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경기도 축산과 동물방역담당 임병규 사무관은 “구제역 백신 접종 암소는 임신 초기에 유산하고, 브루셀라 감염 소는 임신 말기에 유산하는 점이 다르다”며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브루셀라 병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성=유길용 기자

◆브루셀라 병=소·개·돼지 등에게 주로 발생한다. 사람끼리는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균인 브루셀라는 열에 약해 감염된 고기라도 섭씨 60도 이상 온도에서 10분 이상 익히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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