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천년 의료분야 10대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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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천년에 이뤄진 의학적 성과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것은 항생물질의 발견이라는 전문가 대상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ABC 방송은 2일 각 의료분야의 전문가 50여명을 대상으로한 조사를 통해 지난 천년의 의학 성과 `베스트 10''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항생제의 발명 이외에도 백신과 X-레이, 마취 등이 포함됐다.

다음은 `베스트 10''의 내용과 각 항목별로 살펴본 장래의 전망이다.

▲항생물질의 발견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런던에 있던 자신의 실험실에서 박테리아 배양 실험을 하던 중 포도상구균을 죽이는 곰팡이를 우연히 발견하고 의학잡지를 통해 이 사실을 보고했다.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은 처음에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1942년 미국 보스턴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화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감염없이 피부이식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된 것을 계기로 `기적의 약''으로서 널리 인정을 받게 됐다.

그러나 60년대초 박테리아가 페니실린에 내성을 갖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80년대와 90년대에 들어 페니실린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는 특히 병원 내부를 중심으로 확산추세에 들어섰다. 페니실린류에는 더욱 새로운 항생물질이 포함됐지만 박테리아가 이들마저 이겨낼 가능성이 있어 페니실린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백신

1796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를 인체에 주사함으로써 천연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사상 처음으로 의학계에 백신을 도입했다. 이어 19세기 루이 파스퇴르는 콜레라, 탄저병, 광견병 예방백신을 잇따라 발견했다.

오늘날 천연두는 백신에 의해 박멸됐으며 소아마비는 2001년까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풍진, 백일해, 홍역, 파상풍, 디프테리아 등도 백신에 의해 상당부분 예방이 가능해졌다.

병원(病原)들의 내성이 증대됨에 따라 의학자들은 더욱 더 백신의 개발에 열중하고 있으며 에이즈 백신과 말라리아, C형간염, 결핵 등의 백신 개발도 진행중이다.

장래에는 주사로 맞는 백신 뿐만 아니라 코로 흡입하거나 먹는 백신도 개발될 전망이다.

▲X-레이

1895년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처음 발견했으며 1920년대에 들어와 의료계에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70년대 이후 X-레이를 컴퓨터와 결합한 3차원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기법도 잇따라 도입됐다.

장래에는 MRI와 CT, 그밖의 의학적 영상기술을 결합해 만든 가상의 신체를 의사들의 수술이나 의대생들의 인체교육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소형화되는 컴퓨터의 추세를 감안하면 환자의 신체 내부에 설치돼 진단과 치료의 기능을 발휘하는 초소형 컴퓨터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마취

초기에는 침술, 마리화나, 술, 아편, 최면술 등이 마취에 사용되기도 했으나 1772년 아산화질소, 1842년 에테르가 각각 마취에 도입됐다. 1853년에는 모르핀을 이용한 국부마취가 처음 시행됐으며 이어 코카인과 노보카인 등도 국부마취에 활용됐다. 1885년에는 코카인 용액을 주입한 척추마취가 최초로 시행됐다.

오늘날 마취술은 더욱 세련돼 가고 있으며 서구에서는 침술이 다시 마취술의 한 부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앞으로는 고통을 느끼는 뇌부위의 경로를 정확히 찾아내 차단함으로써 의사들이 마취없이도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유전자 발견

18세기 그레고어 멘델이 유전의 법칙을 발견한 후 1940년에 이르러 DNA로 불리는 대형분자가 유전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1953년 영국 학자들은 DNA의 이중나선구조와 복제과정을 밝혀냈다.

그 이후 과학자들은 인간의 질병에 있어 유전자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상세하게 규명해냈다. 70년대와 80년대 유전자공학의 발전으로 유전자를 조절하거나 종간(種間)에 유전자를 이전하는 기술까지 개발됐으며 그보다는 성공적이지 못하지만 1990년대 초에는 인간질병의 치료를 위해 결함유전자를 대체하는 방안도 시도됐다.

과학자들은 인간유전자의 총체적 구조를 규명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2001년 봄에는 인간유전자 지도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균학

인간역사의 대부분의 시기동안 질병은 영적인 문제로 여겨져 왔으나 19세기 파스퇴르는 질병이 세균에 기인한 것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보였다. 이후 결핵과 콜레라, 탄저병의 발생과정에 대한 이론을 바탕으로 병원균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파악한 로버트 코흐를 비롯해 생물학자들이 질병을 야기하는 수많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들을 발견함으로써 질병의 세균원인론이 사실임이 입증됐다.

미래에는 세균학이 비감염성 질환의 규명에도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특정 암과 다중경화증, 류마티스성 관절염에 세균이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장기 이식

B.C. 800년경 이미 형벌로 코가 잘린 사람을 위해 피부이식을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장기 이식이 본격화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부터다. 1954년 다른 조직에 대한 거부반응의 이론이 발표되면서 영국의 일란성 쌍둥이간에 최초의 신장이식 수술이 시행됐고 이후 다른 장기로까지 이식대상이 급속히 확대됐다.

최근의 장기 이식에 관한 연구는 세포와 분자 차원에서 거부반응 억제를 연구하는 면역학의 새로운 분야인 `이식수용학''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학자들은 이같은 `이식수용학''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공중위생과 상수도

1854년 영국의 존 스노가 영국의 한 마을에 창궐한 콜레라가 오염된 우물과 연관이 있음을 밝혀낸 후로 공중위생의 개념이 본격 도입됐으며 이는 수인성 질병을 극적으로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다. 또 1900년대 초에는 수돗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 염소성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깨끗한 물의 부족은 많은 개도국들에게 문제로 남아있으며 선진국들조차 수인성 전염병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장래에는 정수와 수자원 재활용 기법의 발달로 버려지는 물도 식수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첨단기술을 이용해 식수의 오염여부를 신속히 판정할 수 있는 장비도 개발중이다.

▲순환계의 발견

1628년 영국의 생리학자 윌리엄 하비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해부실험을 통해 순환계의 존재를 발견함으로써 사람의 피가 간에서 생성돼 인체로 흡수된다는 기존의 통설을 뒤집었다.
그는 피가 끊임없이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며 심장이 혈액을 뿜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의 발견은 인간 해부학 및 생리학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다.

오늘날의 의학은 심전도와 초음파검사, 심장의 박동을 조절하기 위한 인공심박조율기, 멈춘 심장을 다시 박동시키는 심세동(心細動)제거기, 혈관내부 촬영술 등 순환계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많은 기술과 약품, 수술기법 등을 개발해냈다.

지난 82년 최초의 인동심장 시술이 이뤄진데 이어 배터리를 전원으로 하는 이식가능한 인공심장의 개발이 진행중이다. 심장동맥이 막힌 환자들에게 이식하기 위한 혈관을 배양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현미경

세균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이 발견하는 데는 1683년 안토니 반 레이번후크가 발명한 현미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30년대 처음 개발된 전자현미경은 물체의 크기를 100만배까지 확대시켜주며 레이저 주사(走射)현미경은 살아있는 세포의 생리작용을 관찰할 수 있게 해 준다.

장래에 개발될 유전자 지문이나 그밖의 분자 기술들은 현미경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미경으로는 볼수 없는 세밀한 부분까지 식별해내는 DNA칩이 암을 구분하는 데 이미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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